[분석] 이태원 참사 '마약 단속 탓'이라는데···영향 있었을까

野 "경찰, 마약 관련 尹 말에 꽂혀" 기동대 늑장 투입이 통제 미흡 원인 전문가 "치안 관리 기준으로 가치 판단"

2022-11-08     이상무 기자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경비 담당 경찰 배치가 부족했던 원인이 경찰의 집중적인 마약 단속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참사 전부터 강화된 정부의 마약 단속·수사 방침이 당시 경찰의 판단에 끼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용산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경찰은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 일대에 마약 단속 인력으로 형사과 소속 50명을 투입했다. 당일 동원된 경찰 137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정협의회를 열고 국무조정실장이 주관하는 ‘마약류대책협의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자 대책 마련에 나섰던 것.

이 같은 배경을 두고 민주당은 마약 단속 강화와 이태원 참사 대비 소홀을 연결짓는 정치 공세에 나섰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을 상대로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마약 관련 발언을 계속 하니까 경찰도 거기에만 꽂혀서 앞에 보이는 혼잡도의 위태로움에 신경을 썼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따졌다.

이에 윤 청장은 “마약 단속은 대통령 지시 이전에 7월 말 취임 무렵부터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함을 자체적으로 인식하고 단속하려는 와중이었다”며 “대통령 말로 마약 단속에 집중했다는 건 근거관계가 다르다”고 답했다.

혼잡한 인파가 발생한 참사에 통제가 미흡했던 핵심적인 원인으로는 기동대 투입이 늦었던 것이 지목된다. 대규모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인원 통제를 전담하는 조직은 경찰 기동대다. 일선서 경비과장은 집회나 시위, 축제, 행사 등이 발생하면 각 지방청 경비과에 보고하고 경찰 기동대 지원을 요청한다.

이태원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일 경찰 내부망에 “핼러윈 대비 당시 안전 우려로 인해 용산경찰서가 서울경찰청 기동대 경력 지원요청을 했으나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경찰 자체적으로 이태원 통제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식 수성대학교 경찰행정과 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경력 배치는 치안을 관리하는 정책자들의 기준으로 가치 판단을 한 부분이기 때문에 마약 단속 기조와 관련성 있는 게 맞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중요한 것은 그런 행사가 과거에 어떻게 이루어져 왔고, 현재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는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건데 나름대로의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참사 당시) 사용할 수 있는 경력을 적시적소에 사용하지 않고 무작정 해산했던 재난대응체계와 지휘보고체계의 심각한 결함이 문제였던 것"이라며 "마약범죄 단속 때문에 인력 배치가 잘못된 것이라는 식으로 끌고 가는 부분에 대한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