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9.11 테러'인데···이태원 참사? 10.29 참사?

"참사 지역명 포함하면 트라우마 커져" "명칭에서 장소성 지우는 건 섣불러"

2022-11-08     오수진 기자
국가애도기간 종료 후 첫 월요일인 7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꽃들이 놓여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해당 사건에 지역명을 넣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이태원 참사 사건에 지역명을 넣는 것은 트라우마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10.29 참사로' 명칭을 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참사 원인 중 하나인 장소성을 지우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사에 '이태원'이라는 장소를 지우는 것은 이르다"고 주장했다. 오 공동대표는 "이태원 참사를 10.29 참사로 부르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적어도 아직은 명칭에서 '장소성'을 지우는 건 섣부르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장소의 물리적 조건이 참사와 깊이 관련 있다는 점에 더해 장소의 안전 관리에 직접 책임이 있는 기관들의 과실을 지금 따져 묻는 중"이라며 "적어도 지금은 지역의 이미지 저하 같은 문제보다 이 장소성에 더 단단히 천착할 때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현장은 실제 불법 건축물 등 지역적 문제가 있었던 만큼 해당 지역명을 지우면 공간적 특수성이 배제돼 관련 논의와 문제의식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이 참사 트라우마를 자극해 해당 지역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고착화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과거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태안 지역이 피해 지역임에도 오염 지역으로 각인됐던 사례가 있다.

이에 지난달 30일 한국심리학회는 지역 혐오 방지 등을 이유로 이태원 참사를 '10.29 참사'로 부르겠다고 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도 대안 명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참사, 9.11 테러 사례를 예로 들며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라도 '10.29 참사'란 표현을 쓰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오강섭 이사장은 "이태원 참사는 이태원이라는 지역에 대한 편견이나 낙인이 생길 우려가 있고 트라우마 극복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10.29 참사 등으로 표현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애도기간이 지나면서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명칭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이 다각도로 나오는 상황이다. 공간적 특수성을 지우는 것에 대한 장단점이 있는 만큼 반드시 명칭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흐름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장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태원에서 있었던 일이고 지역적 아픔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를 기억하고 앞으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태원 참사로 부르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칭 통합을 정부에 맡길 수도 없는 일이기에 그냥 자연스럽게 각 단위에서 기억할 수 있는 명칭으로 사용해도 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