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상민 경질론'에 진땀···계파 갈등 표면화

홍준표·안철수, 정리·사퇴 거론 尹 조문에 이 장관 동행 안 해 친윤계 "수사 끝나고 결정될 것"

2022-11-04     이상무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및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이후 재난 대응을 총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경질론이 여권 내부에서 대두하고 있다. 특히 비윤계를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문책성 인사를 촉구하는 반면, 친윤계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어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과 국민들의 비난 대상이 된 인사들은 조속히 정리해야 국회 대책이 가능할 것"이라며 "수습 후 정치 책임을 묻겠다는 건 국민적 공분에 불을 저지르는 어리석인 판단"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행안부 장관에 대해 이미 (파면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윤 대통령의 직접 사과는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고, 안철수 의원도 "사고 수습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발표에 따르면 이상민 장관은 이태원 참사 당일 밤 11시 19분에야 중앙재난안전상황실 문자로 처음 인지했다. 윤 대통령이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11시 1분보다 늦어 논란이 됐다. 

또한 이 장관은 이후에도 면피성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여야를 막론한 비판 대상이 되자 여의도 정가에서는 경질설까지 퍼졌다.

하지만 '윤핵관'으로 불리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장관 경질론에 대해 "경찰청이 감찰 조사를 진행했고 여러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과 진상 규명이 이뤄지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후속 조처가 이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기자들의 질의에 답했다.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받아 원내대표가 된 것으로 알려진 주호영 원내대표도 "우선은 사태 수습과 애도가 먼저고 그 다음 문책 범위는 수사 결과를 토대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사실관계가 확정될 때까지는 조금 시간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 장관은 지난 2일과 3일 연이틀 윤 대통령과 함께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4일 합동분향소 조문에는 이 장관이 동행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향한 '재신임' 메시지를 보냈다가 여론을 의식해 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지지율 변동에 따라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경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지난 5월 윤 대통령이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 강행하려 할 때 강하게 우려를 전달해 자진사퇴로 이끌었던 전례가 있다. 세월호 참사 때에는 박근혜 정부 정홍원 국무총리가 두 달여 만에 사퇴했다.

국민의힘 친윤계인 한 비대위원은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VIP(윤 대통령)의 선택을 지켜보면 좋겠다. 이미 감찰을 순차적으로 오픈해서 경찰 두 사람(이임재 서장·류미진 과장)은 수사 의뢰도 들어가 있는데 절대로 감추지 않는다"라며 "지금 우리 당의 입장은 수사가 끝나는 대로 다 결정한다는 거고 세월호 때랑 달라서 오래 걸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오는 5일까지인 국가애도기간이 지나면 조문 정국이 막을 내리고 여야가 본격적으로 책임론을 놓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7일 이 장관 출석이 예정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현안 질의와 8일 운영위의 대통령실 대상 국감 등이 주요 공방 무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