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한 가톨릭 신자 트로트에 빠지다··· 제1회 해미 백일장 수상작 공개

여성경제신문 주최 해미 백일장 성황리 종료 해미사랑상·해미희망상·해미용기상 수상작 치매 가족부터 요양원 보호사 등 사연 모여

2022-11-04     김현우 기자
제1회 해미 백일장 소개 기사 /김현우 기자

트로트 음악을 켜 둔 채 오매불망 노래만 부르는 조신했던 가톨릭 신자, 자식을 도둑 취급하는 어머니, 응급실을 밥 먹듯 드나드는 치매 환자 등 가슴을 울리는 사연이 '해미 백일장'에 모였다.

4일 여성경제신문이 주최한 제1회 해미 백일장 수상작이 발표됐다. 대상인 '해미사랑상' 수상자는 경북 김천시에 거주하는 이인숙 씨. '복순씨의 르네상스'라는 제목의 치매 노모 돌봄 수기로 마음 아픈 사연을 전했다. 

조신한 가톨릭 신자였던 복순 씨는 치매를 앓고 180도 변했다. 집에 있을 땐 오로지 트로트 방송을 틀어두고 노래만 부른다. 수치심 없이 옷을 벗어던지고 병에 든 음료는 내용물과 상관없이 무엇이든 마시려고 하는 전형적인 치매 노인이 됐다. 

사연을 전한 이인숙 씨는 치매 노모를 '르네상스' 시기와 비유했다. 이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차분한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땡깡을 부리시고, 트로트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종교를 버리고 자신만을 위해 노래하는 시기를 일컫는 '르네상스' 시기 같았다"면서 "보호자 입장에선 변화된 어머니 모습이 참 어렵지만, 제정신이면 하지 못할 어머니가 하고 싶으셨던 행동을 하시는 것 같아 사연으로 적어봤다"고 말했다.

해미 백일장엔 이씨 사연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와 환자 본인 등 다양한 치매 가족이 공모에 참여해 각자의 사연을 전했다. 심사에는 여성경제신문, 라이나전성기재단, 케어기버 마음살림 협동조합, 대한치매학회, 서울시 등 관계사가 참여했다. 

여성경제신문은 9월 28일부터 지난달까지 말 못할 응어리를 가슴 속에 안고 있는 치매 환자 돌봄 가족의 사연을 받았다. '해미'는 순우리말이다. '바다에 낀 아주 짙은 안개'란 뜻이다. 나이가 들면서 머릿속에 짙은 안개가 끼는 병을 뜻한다.

어리석을 치와 매라는 부정적인 한자 뜻을 품은 치매 병명을 비유했다. 해미 백일장은 해미라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가족이 사연을 공유하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해미 백일장에 응모된 사연은 '더봄레터'와 '쉼터이야기' 등 여성경제신문이 운영하는 코너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정경민 여성경제신문 대표는 "치매 환자를 돌보다 보면 혼자만 고통 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며 "이번 해미 백일장을 통해 많은 가족이 동변상련의 아픔을 나누고 이를 통해 모두가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제1회 해미 백일장' 당선작.

제1회 해미 백일장 수상작 /여성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