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공세 나선 野···639조 예산안 심사 연내 통과 불투명

12월 2일 법정시한 넘기면 준예산 가능성 정쟁 자제한다던 민주당, 3일만에 태세 전환

2022-11-02     이상무 기자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여야 간사간 의사 일정 합의가 되지 않아 파행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큰 난항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에 거대 야당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현 정쟁 국면이 길어지면 연내 처리가 불투명할 전망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는 내달 4일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2023년도 예산안 심의를 시작한다. 여야는 17일부터 예산안 조정소위를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30일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심사‧의결하게 된다. 하지만 12월 2일로 예정된 법정시한까지 예산안 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시작된 16개 상임위원회별 예산안 심사에서도 파행이 벌어졌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법무부·법제처·감사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헌법재판소·대법원 등의 내년도 예산안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보고와 비공개 질의 진행을 요구한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가 국가애도기간이므로 내년도 예산안 논의를 위한 자리라며 8일에 질의를 진행하자고 맞섰다. 결국 회의는 개의조차 하지 못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이 11월 30일까지 예결특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12월 1일 본회의에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그대로 자동 상정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169석을 가진 현 상황에서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의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새해 예산안이 ‘약자 복지’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하며 원안 사수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 복지 예산 등 감액된 예산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이전 비용에서 비롯된 증액 예산을 따지며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다.

만약 내년도 예산안이 12월 31일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직전 회계연도 예산에 준하는 잠정예산인 준예산이 편성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어느 때보다 여소야대에서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인 건 맞다"며 "최악의 경우 준예산 편성까지도 각오해야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보단 최대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예산안 심사를 앞둔 여야의 신경전은 통상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이번에는 특히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이후 냉각됐다.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을 야당이 보이콧한 것은 헌정사 최초다.

여야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에는 정쟁 자제에 합의했지만, 3일 만에 이전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에 최종책임자는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우선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시길 바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사법처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무대책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퇴하라. 윤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이 장관 파면을 하길 바란다"고 가세했고, 서영교 최고위원은 외신간담회 중 한덕수 국무총리의 웃는 모습이 포착된 사진을 들고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여당에서는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맞섰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충분한 현장 조치가 왜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애도 기간이 끝나는 즉시 여야와 정부, 그리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태원사고조사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