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제물 된 레고랜드?‧‧‧“고금리→채권가격 하락→자금 청산 수순”
28일 회생 신청 후 금리 안정 ‘빅스텝’ 이후 수요↓채권값↓ 침체 지속···대규모 상환 리스크
‘레고랜드 사태’가 불러온 채권시장 경색이 실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가격 하락이 외국인으로 하여금 국내 자금을 청산 수순으로 몰리도록 했다는 것.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대규모 상환 리스크에 따른 기업 도산도 우려되고 있다.
31일 오정근 전 고려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과 한은의 빅스텝 이후 채권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최근 채권시장 경색 원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205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회생 신청이 채권시장 경색의 주범이라는 주장과 거리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8일 오전 ‘김진태 발 금융위기 진상조사단’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가져온 책임을 지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오 교수는 금융시장 경색의 근본적인 원인을 3高(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에 있다고 봤다. 오 교수는 “레고랜드 ABCP 회생 신청이 채권시장 자금경색을 심화시키는 하나의 계기는 됐을 수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라며 “금융시장 금리를 보면 지난달 28일 회생 신청 이후 금리는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고채 1년물과 회사채 3년물 금리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회생 신청한 9월 28일 이후 안정세를 보였다. 오히려 한국은행이 10월 12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후 시장 금리가 요동쳤다.
이처럼 금리인상은 시장금리 상승을 견인한다. 그런데 시장금리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을 이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국내 자금 청산이 가속화되고 채권 수요는 감소한다. 이는 기업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제한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대한민국의 자금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미 자금경색 문제, 디플레이션, 인플레이션 등 레고랜드 회생 신청 이전부터 악재가 쌓여갔고 압력이 가중되다가 터진 것”이라며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방만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증에 대한 것은 법으로 하고 채무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한 건데 전체 자금경색 문제에 대한 책임자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6개월 내 만기 단기사채 233조원
시장 경색 원인 제대로 분석해야
연준의 고강도 긴축 장기화에 따라 한은도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금리 격차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으로 자금 청산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6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금융시장 규모만 233조원이라는 점이다. 금리인상 시기 투자자들이 단기채를 선호하면서 1~3개월 만기의 단기사채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3개월~1년 만기의 기업어음(CP)도 거래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대규모 상환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단기금융증권을 만기 일자별로 분류하면 △1~10일 6405억원 △11~29일 42조6578억원 △30~89일 107조4282억원 △90~179일 45조3197억원이다.
더구나 연준의 금리인상이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가 도래하면서 건설사 부도마저 조심스럽게 예견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PF대출 잔액은 △2019년 71조8000억원 △2020년 84조9000억원 △2021년 101조9000억원 △2022년 6월 기준 112조2000억원 규모다.
오 교수는 “근본적으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에 따른 PF만기도래에 따른 부실 우려는 급증하고 있다”며 “반면 금리 추가 인상 전망으로 채권가격 하락과 채권 수요 감소가 전망되는 등 금융시장 경색 현상의 배경과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