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안 경찰 4600명 투입된 핼러윈 방치···尹 책임론 직면

인파 통제 실패 참사냐 vs 상상 초월 사고냐 10만명 예상하고도 앞뒤 다른 이상민 해명 진실 규명 팔 걷어붙인 민주당 TF부터 구성

2022-10-30     이상헌 기자
박찬대 최고위원, 김영호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기구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핼러윈 데이 사상 최대 규모의 인파가 이태원에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단 한 명의 치안 관리 인력도 배치하지 않은 정부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유족의 슬픔을 먼저 챙기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의 안전 관리 실패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한 오전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되면서, 소셜네트워크(SNS)에서부터 정부 책임론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파를 통제하는 데에 실패한 정부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반면 진중권 광운대학교 특임교수는 "상상을 초월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한 지역에 집중된 것이 문제"라면서 "(233명의) 희생자 수가 납득이 안 간다"고 썼다.

박 전 위원장의 "인파 통제 실패" 지적과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아니었다"는 이 장관의 주장은 배치된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사람이 동시에 몰렸다"는 진 교수의 주장도 지난해 핼러윈 방문객 수와 비교하면 과장된 발언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서울 전역에 배치된 경찰력이 46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장관의 발언 역시 사실과 다르다.

여성경제신문은 지난해 [김현우의 핫스팟] 핼러윈데이에 펍 "경찰 지나간다, 잠시 음악 줄이자"···경찰 "이 정도면 훌륭한 방역 아니냐"편을 통해 주말 동안 17만명의 인파가 몰린 이태원 핼러윈 데이를 밀착 취재해 보도한 바 있다.

경찰과 김 기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30일(토요일) 하루에만 약 8만명이 이태원을 찾았고, 29일(금요일)과 31일(일요일)에도 각각 4만명과 5만명이 몰렸는데, 5만명이 모였던 31일에도 인파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또 현장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단속이란 오로지 '해산명령' 뿐이었다. 위드 코로나 방역체계 전환 하루 전이어서 가능한 조치였고 경찰이 도처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한 덕분에 인명 사고는 없었다.

당시 경찰과 서울시는 핼러윈 기간에 경찰과 지자체 인원 4600여 명이 투입돼 서울 전역 유흥시설 1만 1174곳을 점검했다. 적발 인원은 30일에 630명(4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29일(34건)과 31일(20건) 순이었다. 노마스크 상태에서 핼러윈을 즐긴 감염병예방법 위반이 1260명(81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31일 자정이 넘은 시각 핼러윈 파티가 열린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사흘간 17만명이 몰려들었으나 경찰관 인력이 배치돼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성경제신문DB

여성경제, 지난해 핼러윈 현장 밀착 취재
발 디딜 틈 없고···해산 명령이 사고 막아 
올해 더 많을 것 알면서도 안전관리 제로 

반면 올해 핼러윈인 주간 토요일인 10월 29일엔 지난해보다 2만명 늘어난 10만명이 몰려들었다. 3년 만의 노 마스크로 맞는 핼러윈 축제 기간 서울 홍대앞, 강남역보다 인기가 더 높은 이태원으로 8만명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경찰은 실제 이번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인근에 하루 10만명 정도가 모일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용산구도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이태원 등에서 긴급대책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입된 병력은 200명 규모의 마약 단속반이 전부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참사가 발생하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철저한 원인 규명을 강조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장관도 "대검찰청에 구성된 사고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경찰과 긴밀하게 협력해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 책임론의 트리거가 될 경찰 투입 규모의 적절성과 관련해선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이태원 참사 대책기구'를 통해 집중해 들여다 볼 예정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이 본부장을 맡은 해당 기구는 해밀톤호텔 골목을 찾아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박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피할 수 있었던 참사라는 생각을 갖는 국민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정부에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날 이태원 현장 방문에는 당내 재난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성만 의원과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호 의원, 강태웅 용산구 지역위원장이 함께했다. 이성만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를 비롯한 전지역 핼로윈 축제에 대비한 경찰의 인력 배치 등 안전관리 현황 자료를 받아 살펴볼 예정"이라며 "지금은 슬픔을 당한 유족과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참사를 최대한 수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