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공연 땐 1300명 투입하더니···이태원엔 안전 관리 요원 '0명'

참사 당일 보수·진보 집회에 경찰력 몰려 예방 기능조차 못한 마약 단속반 200명 민주당 "치안 참사 유발 尹 책임 물을 것"

2022-10-30     이상헌 기자
10월 30일 새벽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해밀톤 호텔 인근에 심정지 환자를 실어 나르기 위한 구급차가 즐비하게 몰려있다. /AP=연합뉴스

3년 만의 노마스크 핼러윈, 하루에만 수십만 명의 인파가 이태원을 찾을 것으로 이미 예상된 상황에서도 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부산에서 열린 BTS 공연 안전 관리를 위해 투입된 1300여 명의 경찰력에 비하면 마약 등 범죄 단속을 위해 투입된 200여 명의 경찰력은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조차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서울 용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새벽 1시 윤희근 청장을 주재로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경찰은 동원 가능한 인력을 투입해 사상자 신원을 파악하고 유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이밖에도 지방자치단체와 행사 주최측에 안전조치 책임 여부를 확인해 위법 소지가 있으면 수사하기로 했다. 사고 당시 마약 관련 단속을 위해 투입된 경찰관은 현장 수습 요원으로 전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외친 가운데 지난 7일 밤 경찰관들이 마약 단속을 위해 서울 강남의 한 클럽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당일 적발된 마약 범죄는 없었다. /연합뉴스

경찰은 공식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28일 관할서인 서울 용산경찰서를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했다. 오는 30일까지 하루 10만명 이상의 사람이 이태원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안전사고 대책은 없이 마약 등 범죄 단속을 강화한다는 계획만 세웠다.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 관련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 정부와 여당이 마약 범죄 컨트롤 타워를 구축키로 한 데 이어 첫 번째로 열린 핼러윈데이를 집중 단속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경찰은 200명의 인력을 동원해 29~30일 이태원 거리 곳곳에 마약 단속반을 투입했다. 관할서에 따르면 이들은 차로를 걷고 있는 시민들을 도보로 이동시키고, 클럽처럼 운영되고 있는 식당 현장을 적발해 경고를 주는 업무를 맡았다.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50여 건의 신고가 접수돼 딱지를 붙였다고 한다.

반면 지난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기원 BTS 단독콘서트에 몰린 5만5000여 명의 인파 관리를 위해 교통경찰 600여 명, 기동대 8개 중대(400여 명), 일선 경찰서 경찰관 240명, 경찰특공대 등 1300여 명이 배치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대응이었다.

지난 1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방탄소년단(BTS) 단독 콘서트엔 5만 5000명의 인파가 몰렸으나 행사가 질서 정연하게 마무리됐다. 부산 경찰청이 투입한 안전 관리 인력은 1300명이었다. /연합뉴스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한 당일 서울시 경찰 인력은 보수·진보 단체 집회에 집중됐다. 경찰은 자유통일당과 전광훈 목사가 개최한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가 열린 광화문 인근에 기동단 5개 중대와 240명의 교통경찰을 투입해 치안 관리에 나섰다. 

현재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전 10시 30분 기준 이태원 압사사고 사망자는 새벽 6시 기준 149명보다 2명 늘어난 151명으로 확인됐다. 부상자 수도 76명에서 82명으로 늘었다. 부상자 가운데 중상은 19명, 경상은 63명이다. 전체 사상자는 225명에서 233명으로 늘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경찰의 기본적인 직무가 치안 안전 대책을 수립하는 것인데 단 한 명의 인력도 투입되지 않은 치안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며 "일단 지금은 사고 수습이 중요하니 당차원에서 총력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