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 더봄] 일 끝내주게 잘하던 직원, 리더가 되면 어떨까?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상자 안의 리더는 확장·성장 어려워 조력자로서 직원 스스로 일하게 해야

2022-10-31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매번 지적을 당하면 직원들은 점점 위축된다. 리더의 반복되는 지적 후에 남는 것은 배움보다 의욕 저하다. /게티이미지뱅크

G대표는 소위 ‘주니어’였을 때부터 일 잘하고 유능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회사를 이끄는 리더가 되어서도,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며 실무 기획부터 실행 점검, 결과 분석까지 완벽하게 일했다. 그런데, 능력 있는 리더와 함께 일하면 배울 게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입사한 직원들은, 함께 일하면서 G대표의 리더십에 점점 실망했다.

G대표의 생각은 이랬다. ‘내가 기획한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게 실행하는 직원이 한 명도 없다. 내가 실무자였을 때에는 훨씬 잘했는데···.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일을 믿고 맡길 사람이 없으니 결국 대표인 내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일일이 모든 팀 업무와 과정에 세세한 디렉션을 줘야 한다. 내가 없으면 제대로 일이 안 되는 이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한편 직원들의 생각은 이랬다. ‘나름 열심히 해서 대표에게 가져가면 매번 지적을 받는다. 이미 대표 자신에게 답이 있는데, 그걸 기준으로 직원의 결과물을 깎아내리는 느낌이다. 업무적으로 워낙 뛰어난 분이라는 건 알지만, 매번 지적을 당하면 직원들은 점점 위축된다. 리더의 반복되는 지적 후에 남는 것은 배움보다 의욕 저하다. 대표는 실무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무자를 잘 이끄는 사람이 아닌가?’

 

상자 안의 리더

리더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오랜 업무 경험으로 다져져 있다. 자신이 일했던 방식으로 탁월한 성과를 냈고, 조직 내에서 인정받았고, 그래서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실무자로서는 항상 최고로 불리던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때에는 최고의 리더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리더마다 일하는 방식이 있다. 경력을 쌓으면서 본인과 조직에서 검증한, 좋은 성과를 내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업무 방식이다. 특히, 성공한 리더에게 이렇게 만들어진 업무 방식은 성공을 확신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이 기준으로 직원의 일하는 방식, 결과를 만드는 과정, 조직의 성과까지 평가하게 된다.

자신이 만든 기준과 다르게 직원이 일했을 때 리더가 기대한 것보다 성과가 안 나올 경우, 리더는 직원의 일하는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거나 때론 틀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상자 속 리더의 모습이다.

상자 안의 리더는 확장과 성장이 어렵다.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시장과 환경에서 과거 성공의 확신에서 얻은 일하는 방식은 오히려 현재의 성공을 저해할 수도 있다. 모든 조직에서 성과가 중요하지만, 결국 성과를 만드는 것은 직원, 즉,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을 건너뛰고 일만 보는 리더십,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 안에만 갇혀 있는 리더십은 직원을 잃고, 좋은 성과도 내기 어렵다.

그럼 리더가 자신만의 기준을 모두 내려놓고 상자 밖으로만 나오면 과연 해결이 될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원과 함께 성장하고,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내고, 조직을 키울 수 있는 리더십은 어떤 모습일까?

 

리더의 일을 잘하는 리더가 되려면

먼저, 지적 대신 질문하기다.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질문하기다. 예컨대, ‘이렇게 하면 안 되니까 저렇게 하세요.’ 대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요?’ 혹은 ‘이렇게 하면 이번주에 끝낼 수 있겠어요?’ 대신 ‘이번주에 끝내려면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을까요?’ 즉, 직원의 생각을 확장하며, 스스로 개선점을 찾아서 창의적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직원 스스로 일 잘하는 근육을 키우도록 돕는다. 리더가 자신의 생각과 방식을 기준으로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요구한다면, 창의적이고 유능한 인재는 떠나고, 남은 직원들은 리더의 상자 안에 갇히게 될 것이다.

둘째, 직원의 영역과 일을 존중하는 것이다. 리더가 옳다고 믿는 업무 방식을 기준으로 삼아, 직원들의 업무의 사소한 부분까지 관리하고 지나치게 개입하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는 직원의 성장을 방해하고, 업무 의욕을 저하시킨다. 구성원의 업무적 성장을 원동력으로 하는 조직의 발전도 저해한다.

리더는 직원이 자신의 일을 최선의 방식으로 수행하고, 최고의 결과를 내도록 돕는 자리다. 리더의 일은 직원의 조력자, 지지자, 자원 제공자, 후원자가 되어 직원 스스로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일하도록 지원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리더의 말은 직원에게 엄청난 무게감을 지니기 때문에, 리더가 말로 하는 지적, 간섭, 조언, 충고 등은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성장을 위해 업무와 성과에 대한 평가는 분명 있어야 한다. 따라서 리더의 말 대신 직무체계, 평가체계, 성과체계 등 직원들의 업무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내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가 진정성과 존중을 담아 소통하면, 그 진심은 직원들에게도 전해진다. 직원을 기능적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 소중하게 대하는 리더의 마인드는 직원들에게 매우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일을 잘해서 리더가 된 사장님, 리더로서의 일까지 잘하면 정말 멋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