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54조원대 블랙홀 한전채 적격담보증권에 포함
오전 금통위 적격담보증권 확대 회의 은행채, 9곳 기관 발행 채권으로 확대
한국은행이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지목되는 54조원대 한국전력공사(한전) 채권을 적격담보증권에 포함시켰다.
적격담보증권이란 은행이 한국은행과의 대출이나 차액결제 거래를 위해 맡겨놓는 담보증권을 말한다. 은행 입장에선 한전채를 한은에 맡기고 대출을 받거나 차액결제를 할 수 있게 돼 한전채를 시중에 내다팔지 않아도 돼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전 회의를 열고 이같은 적격담보증권 대상을 은행채와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까지 확대하기로 의결했는데 여기엔 한전채도 포함됐다.
한은은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도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의 공공기관채를 담보로 인정한 바 있다.
레고랜드 쇼크로 돈맥경화가 시작된 채권 시장에선 한전채나 은행채 등 초우량등급 채권으로 유동성이 몰리면서 그 아래 신용등급의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한은은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통안채), 정부보증채만 적격 담보로 인정해왔다. 이에 더해 은행채와 한전채를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하게 되면 각각의 발행 규모가 줄어 한전발(發) 크레디트 시장 금리 상승 압력이 완화될 전망이다.
올해 한전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적자를 채권 발행으로 메꾸는 방법을 취해왔다. 이에 한전채 잔액은 2021년 32조2000억원에서 올해는 53조4200억원으로 1년도 안 되는 사이 20조원 넘게 증가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은행이 한전 물량을 담보하면서 채권시장에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다만 한전채 고금리 발행에 따른 전기료 급증 등 국민부담 증가는 이와 별개로 한전의 구조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