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칼럼] 진압 어려운 전기차 화재, 대처 매뉴얼 만들어야
[김필수의 Car톡] 10만ℓ 물 쏟아부어야 진압 가능 하단 있는 배터리 팩 아킬레스건 내장 소화 장치 개발이 유일 희망
전기차 화재 문제가 심각하다. 다른 일반 자동차 화재와 달리 급속도로 불길이 번지는 건 물론이고 온도도 몇 초 만에 100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특성도 있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일명 '골든타임'도 짧아서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전기차 상당수가 충전 중에 화재가 발생한다.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완성차 제작사와 배터리 제작사 간 책임에 대한 공방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화재 발생 후 조치도 고민이 되는 상황이다.
우선 온도가 높고 물속에서도 불꽃이 일어나는 특성으로 소방대원들이 지속적으로 물을 쏟아부어야 진화가 가능하다. 미국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심한 경우 소방대원 87명이 최대 10만ℓ의 물을 부어야 진화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가정이 2년간 사용하는 물의 양이다. 일반 내연기관차 화재의 경우 진화 시간이 약 50분이다. 사용되는 물의 양은 약 1000리터 정도다.
국내는 물론 각국에서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고립 시 구난·구조하는 방법, 전기차 및 수소차 화재 시 조치 방법 등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진화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전기차 바닥에 있는 배터리팩은 충격 등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 프레임이 특수한 강철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화재 발생 시 외부에서 구멍을 내어 물을 넣기 불가능한 구조다.
배터리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외부에서 진화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전기차 외부를 통째로 이동식 수조에 담그는 것이다. 전기차 외부에 방수포를 씌어 산소를 차단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특수 장치를 이용해 차량 바닥을 들어올려 하단 배터리에 물을 집중적으로 분사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들은 아직은 그렇게 완전한 화재 진압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근본적으로 배터리 화재를 막는 방법은 배터리 전해질을 고체로 만드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다. 다만 완성품이 나오려면 약 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배터리 셀 내부에 특수 소화제를 설치해 화재 요인이 발생하면 화재가 커지기 전에 자체적으로 진화하는 기술이 있다. 현재 시험 단계에 있는데,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내년부터 생산되는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전기차 화재를 걱정부터 하고 전기차 구입 등을 아예 제외하는 등 소비자 선입견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기존 내연기관차조차도 국내의 경우 약 2600만대 등록 차량 중 연간 4500~5000건 정도의 차량 화재가 발생한다. 하루에 12~13건 내연기관 차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전기차 화재 발생률이 내연기관보다 높다는 근거도 없다. 부정적인 시각이나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물론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발생하지 않게 전기차 화재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 방법을 완성차 업계가 고민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안도 국내에서 분명히 나와야 한다. 앞서 언급한 특수 소화제를 활용한 방법을 우선 활용해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한다. 국내 소방 당국도 전기차 화재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통해 소비자 불안 요소를 최재한 줄여야 할 것이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한국전기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수출중고차협회 등 여러 자동차 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계인명사전(미국) 후즈 후 인 더 월드 (Who's Who in the World)에 2000년~2020년까지 21년 연속 등재됐다. 현재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