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경쟁 조기 과열···중도층 결집은?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북핵 위협에 연일 강경론 신율 "전당대회 룰 변경 시 여론 시선 곱지 않을 것"

2022-10-20     최수빈 기자
박수치는 김기현, 권성동, 안철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왼쪽부터) /연합뉴스

아직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들이 연일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으며 당권 경쟁이 조기 과열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북한 핵 대응 관련 선명성 경쟁만 치열해지며 중도층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찌감치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당장 전술핵이든 핵 공유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자체 핵무장을 통해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체 핵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다른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무기를 들이대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대칭 전력’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핵개발 추진 의사를 피력했다. 이어 같은 날 방송된 KBS ‘일요시사 라이브’에 출연해 핵무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 지역 사하구에 (전술핵을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주장하는 전술핵 재배치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NPT(핵확산금지조약) 틀 안에서 미국 측의 동의를 얻어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미국 측은 핵 비확산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가 푸틴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라며 “위협을 증가시키는 핵무기가 아니라 긴장을 낮추기 위해 핵무기를 제거할 필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안보 이슈에 민감한 보수 지지층을 자극하기 위해 당권 주자들의 강경 안보 경쟁이 펼쳐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보수층의 45%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군사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중도층(22%)과 진보층(10%)에 비해 높은 수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당 대표선출에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 30%를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전당대회 룰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룰이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당심이 당 대표 선출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현재 70% 반영되는 당원 투표 비율을 최대 100%까지 늘리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은 1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민심은 유승민’이란 질문에 “민주당의 선택이 되는 민심은 안 된다. 우리 당 대표를 뽑는데 왜 민주당 이야기를 듣느냐는 이야기도 있다”며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같이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선명성 경쟁이 과열되고 야권 지지층을 걸러내자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총선에 필요한 중도층 표심의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승리를 위해 외연확장을 하려면 (당 대표 선출 시) 민심 비율을 더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이견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현행 유지가 최선”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얻은 1639만4815표(48.56%)는 국민의힘 당원들과 비당원 우호층(중도층)이 연합해서 만든 결과”라고 주장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유승민 전 의원 견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당 대표 선출 시 30%의 국민여론 비율을 변경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전당대회 룰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라며 “한 인물을 배척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바꾸는 경우 너무 속이 보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