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금리격차 좁히는 韓‧‧‧사상 첫 다섯 번 연속 금리인상

두 달 연속 5%대 물가‧환율은 1440원대 돌파 자본유출 우려‧금리격차 방어‧‧‧역전 폭 25bp

2022-10-12     최주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원‧달러 환율과 고물가 고착화 우려에 역대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원‧달러 환율과 고물가 고착화 우려에 역대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 이후,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방어 의도도 보인다.

12일 금통위는 현 기준금리(2.5%)에서 0.5%포인트 인상, 기준금리를 연 3.0%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두 번째 빅스텝이자, 사상 첫 다섯 차례 연속 금리인상이다.

이번 금리인상은 미국의 고강도 긴축 장기화가 확실시된 데 기인한다. 금통위는 이번 빅스텝으로 한미 금리 역전 폭을 종전 0.7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좁혔다. 현재 연준의 정책금리는 3.0~3.25%다.

역전 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우려가 높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더 높은 국가에 자금을 맡기기 마련이다. 국내 투자금을 청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코스피 지수는 2년 2개월 만에 2200선(9월 27일)이 붕괴됐다. 올 초부터 추산한 당시 외인 순매도 규모는 총 17조였다. 사흘 후인 30일에는 2130선도 무너졌다. 이날 하루만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18억원을 팔아치웠다.

금통위는 이번 빅스텝으로 한미 금리 역전 폭을 종전 0.7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좁혔다. /한국은행

그러나 한미 역전 폭은 내달 있을 FOMC에서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연준이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망대로라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은 1.0%포인트로 확대된다. 과거 최대 역전 폭은 1.5%포인트였다(2000년 5월 16일).

시장에서는 연말 미국 기준금리를 4.5%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이 지금 같은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점쳐지는 이유다.

강달러에 자본유출, 환율‧물가 영향
내년 1분기까지도 5%대 물가 전망


자본유출은 원화 약세(환율 상승)를 심화시킨다. 결국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을 압박하게 된다. 이는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자본유출과 환율, 물가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원‧달러 환율은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처음 1440원대 선을 넘었다. 지난달 28일 장중 1442.2원까지 올라섰다.

이러한 이유로 한은은 5~6%대 고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6%, 8월 상승률은 5.7%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5%대 고물가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3월(4.1%), 4월(4.8%)에 이어 5월(5.4%) 5%대로 올라섰다. 6월(6.0%), 7월(6.3%)에는 6%대로 치솟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5% 이상이라 먼저 잡지 않으면 다른 문제가 증폭되거나 서민 고통이 클 수 있다"며 "공급, 수요 모두 고려하지만 물가가 5% 이상이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고, 그 이하로 떨어지면 다른 정책 조합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