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소통 강조하던 황주호 한수원 사장‧‧‧고리2호기 주민공람 0.02%

원전 연장 위한 ‘방사선 평가’ 열람 주민 소수 황 사장 허울뿐인 약속?‧‧‧‘국민 수용성’ 어디 김회재 “의견수렴 형식적‧‧‧공람 방식 제한적”

2022-10-11     최주연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앞두고 대다수 지역민들의 의견 수렴을 ‘패싱’하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사진)이 취임 일성과 함께 강조한 ‘국민 수용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보고서요? 열람해본 적 없는데예. 처음 듣는 이야긴데예”

한국수력원자력이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앞두고 대다수 지역민들의 의견 수렴을 ‘패싱’하고 있다. 현행법상 설계 수명이 완료된 원전 수명 연장 시 지역민들에게 환경영향 결과를 담은 보고서 공람을 원칙으로 한다.

문제는 보고서 내용이 어렵고 접근성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극소수의 주민만이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 대다수 주민은 보고서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취임 일성과 함께 강조한 ‘국민 수용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여성경제신문은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이 파악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공람자 수는 전체 387만9507명 중 750명인 것으로 확인했다. 주민 1만명 중 2명만(0.02%) 해당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보고서 공람 대상 16개 지자체 중 △부산광역시 2개(동래구 4명, 연제구 2명) △울산광역시 3개(남구 4명, 북구 18명, 울주군 21명) △양산시(1명) 이렇게 총 6개 지자체(총 50명)다. 한수원은 나머지 10개 지자체의 공람 인원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열람은 700명 이상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국민 누구나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지역민이 열람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500쪽 육박 분량 전문용어 투성
온라인 열람 다운로드‧인쇄 불가


주민들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열람한다고 하더라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 분량만 거의 500쪽에 육박하고 있으며 내용 또한 전문적인 용어로만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온라인 열람의 경우 문서를 다운로드 받지 못하게 돼 있다. 인쇄도 할 수 없다. 해당 사이트에서만 읽을 수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다른 나라 발전소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보안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열람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외국인도 언제든지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뿐 아니라 고리2호기 주변 거주민들은 보고서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심지어 원전이 있는 부산 기장군민들도 알지 못했다.

여성경제신문이 통화한 기장군민 A씨는 “(보고서를) 열람해본 적 없다. 열람하고 있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면서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당황해했다.

부산시뿐 아니라 울산 울주군과 양산시 지역민도 같은 반응이었다. 열람에 앞서 보고서 자체를 모르고 있다.

이는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국민 수용성을 강조했던 방향과는 정반대다. 황 사장은 최근 <월간 지구와 에너지> 인터뷰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지속해나가는 과정에서 국민 수용성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시스템적 측면은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할 때부터 각 원자로의 특성과 운영 과정 등을 모두 들여다봐야 완성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고리2호기 주변 거주민들은 보고서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심지어 원전이 있는 부산 기장군민들도 알지 못했다. 사진은 고리원전 1~4호기 모습. /연합뉴스

한수원 “보고서 공람 지자체가 주도”
김회재 “현재로서는 수렴 절차 한계”


그럼에도 한수원의 해명은 무책임했다. 보고서 공람은 지자체가 주관하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공람 장소부터 모든 준비를 한다”면서 “열람 인원도 지자체가 공개하지 않는다면 사업자인 한수원은 알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보고서 공람 이후 공청회도 진행해 주민 의견을 듣는다”며 “보고서 이해 돕기 위해 안내서 요약본도 제작해 배포했고 공람 기간을 한 달 더 늘렸다. 법적 절차 안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희재 의원실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절차에만 그치고 있다”면서 “공청회도 개최까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고리 2호기 외에도, 고리 3호기, 고리 4호기, 한빛 1호기 등의 수명 연장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와 같은 절차로는 사실상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주요 내용을 주민들에게 송부하는 식으로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