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드론부터 낚시까지’ 원전 관리 부실 논란

학계 출신 황주호 내부통제 약점 드러나 원전 상공 드론 비행에 취수구 낚시 적발 직원이 밤에 국회 찾아 자료 제출 거부도 허은아 “구조적 문제부터 모두 점검해야”

2022-10-07     최주연 기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원자력 발전시설 관리 부실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사진)이 내부통제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원자력 발전시설 관리 부실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비행금지 구역인 원전 시설 상공에 불법 드론이 발견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한수원 직원이 근무지를 이탈해 시설 주변에서 낚시를 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학계 출신인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내부통제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 핵심 시설 내 복무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것. 

또 이런 가운데 한수원 직원이 국정감사 전날 의원실에 찾아가 감사 자료를 못 주겠다고 해 국감 당일 논란이 됐다. 그만큼 숨길 것이 많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국정감사 현장. (왼쪽부터)황용수 원자력통제기술원장, 김석철 원자력안전기술원장,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연합뉴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에 있는 A 원자력발전소 청원경찰인 B씨는 작년 8월 근무지인 출입 통제소를 이탈해 발전소 취수구에서 낚시를 하다가 적발, 올해 7월 해임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발전소 울타리를 순찰 중이던 순찰 대원에게 두 차례나 발각됐다. 그러나 CCTV 확인 결과 B씨는 작년 7∼9월 근무시간 중 취수구에서 낚시하는 모습이 총 11차례 촬영됐다.

한수원 소속인 B씨는 자회사 소속인 청경 조원들을 지휘하는 조장이었다. 그는 들키지 않기 위해 해당 장소가 비춰지지 않게 CCTV까지 돌려놓는 용의주도함까지 보였다. 하급자인 중앙통제실 근무자에게 전화로 18차례나 지시했다.

이 밖에도 B씨는 순찰 일지를 3회에 걸쳐 허위로 작성했고 방호 출입문 개방 일지도 작성하지 않고 출입했다. B씨의 동료와 부하 등 14명도 일탈 행위에 대한 묵인‧방조죄로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허은아 의원은 “국가 주요 방호시설 중 최고 등급인 가급 보안시설물 원자력발전소에서 다른 이도 아닌 청경이 이 같은 비리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면서 “지난 정권에서 탈원전에 앞장섰던 장본인이 한수원의 사장이 되는 등 전반적인 탈원전 정책 기조가 원전 무용론으로 이어지며 한수원의 기강 해이로 이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량 징계 사태까지 빚어진 만큼 관리 부실이나 시스템 부재에 의한 구조적 문제가 아닌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원전 주변 불법 드론 적발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2건에서 올해 7월까지는 88건이 발견됐다. /자료=이정문 의원실,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원전 관리 부실은 앞서 불법 드론 비행으로도 문제가 제기됐다. 원자력발전소 주변 상공을 비행하는 미확인 드론 적발 건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원전 관리 책임이 있는 한수원은 최근 5년간 적발된 120건 중 77건은 조종자조차 확인 못하고 종결 처리했다. 3건 중 2건이 처벌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다.

더구나 원전 주변 불법 드론 적발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2건에서 올해 7월까지는 88건이 발견됐다.

한수원은 원전시설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불법 드론의 경우 군과 공조해서 드론 추적 설비를 늘리고 있다”며 “국감에서 지적한 청경 논란은 재발 방지를 위해 본부 내 CCTV와 근무 일지 등을 전수 검수했다. 교육훈련과 근무태도 감독 강화를 시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한밤중 국회 찾은 한수원 직원 국정감사 방해?
전문가 “정보공개 당연할 일‧‧‧대단히 큰 문제”


이날 국감 현장에서는 시작부터 ‘한수원 국감 방해’ 논란으로 다소 잡음이 일었다. 국감 전날인 지난 6일 한수원 직원이 국회에 직접 찾아와 국감 자료요청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 기관 중에 피감기관(한수원)이 직접 의원실을 찾아와 요청한 자료에 대해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며 “국정감사를 방해하려는 것이 아닌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진상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허 의원은 “안전에 대한 운영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국회를 겁박하는 거다. 자료 제출하도록 하세요”라고 강하게 발언했다.

국감 전날인 지난 6일 한수원 직원이 국회에 직접 찾아와 국감 자료요청을 거부한 사실이 드러나며 ‘한수원 국감 방해’ 논란이 일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사진)은 “자세한 사항을 파악해서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자세한 사항을 파악해서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국감장에 배석한 한수원 기획본부장은 해당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허은아 의원실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허 의원이 요청한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면서 어젯밤 의원실에 한수원 관계자가 찾아왔다”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수원의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비밀로 하면 내부비리나 안전사고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정부 초기부터 내부통제와 원자력 안전 관리에 허점이 드러난 것은 대단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수원 관계자는 “허은아 의원실에서 요청한 자료는 한수원이 아닌 원안위 쪽에서 제출해야 하는 자료였다”면서 “한수원은 원론적인 답변밖에 할 수 없다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공사비 증액 2조‧복무기강 해이 ‘시끌’ 
"탈원전으로 직원 의욕과 비전 우려" 


한수원의 공사비를 무작정 증액하는 방만 경영으로 인한 혈세 낭비를 해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양금희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1년간 한수원의 공사비 증액 규모는 약 1조8574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에너지 공기업 전체 공사비 증액인 3조4331억원의 절반 이상이다. 계획적이지 않은 초기 설계와 무분별한 증액으로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한수원 직원들의 비위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 동료 직원을 치기도 했고 도로분리대 등 공공시설물을 파손해 벌금형을 받아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하기도 했다. 지역 동호회 식대도 회삿돈으로 썼다.

최근 5년간 한국수력원자력 소속 임직원들이 받은 징계는 175건에 달했다. /자료=알리오,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수력원자력 소속 임직원들이 받은 징계는 175건에 달했다. △2017년 27건 △2018년 52건 △2019년 27건 △2020년 40건 △2021년 29건이었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이전 정권에서 탈원전 기조로 돌아서면서 직원들의 의욕과 비전이 사라진 것 아닌가"라면서 "이에 따라 안전뿐 아니라 사업에서도 충분히 신경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해 전부터 우려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