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수급 대란···"비자 허용해 동남아 인력 받아야"

요양 간병인 약 80%가 50~70대 여성 40%가량 중국 인력, 이마저도 수급난 비자 개선 통해 동남아 인력 확보해야

2022-10-06     김현우 기자
간병인 /연합뉴스

국내 요양시설 간병인 수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간병인 급여화와 함께 외국인 간병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여성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요양업계에선 간병인 수급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간병인 1명당 평균 8명의 환자를 맡고 있다는 것. 특히 요양 시설에서 일하는 간병인 중 80%가 50~70대 여성 간병인인 상황인 데다 이들 중 약 40%는 중국 인력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경제신문이 만난 경기도 하남시 A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중증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에서는 환자들을 돌볼 간병인이 필수지만 최근에는 지원자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병원 간병인은 대표적인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으로 인식돼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의 안 하려고 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중국 인력을 주로 고용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발길이 뚝 끊겼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요양병원 관계자도 "그동안 간병 서비스 인력이 늘 부족해 왔으나 이번 코로나19 유행 이후 중국 간병인들이 국내로 못 들어와 인력난이 특히 심하다"며 "국내에서는 간병인을 외주, 용역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간병인 부족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요양병원 간병인 분포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업계는 간병인 급여화를 통해 재외국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를 위한 허용비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외국인 간병인 도입을 위한 허용비자(E-7, E-9) 확대 및 국외 간병인에 대한 자격 기준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선 동남아시아 인력을 적극적으로 수요함으로써 일명 '간병대란'을 해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선 국외 간병인력을 시설과 재가 인력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간병인의 업무 난이도를 기준으로 간병인 업무 범위 및 자격요건을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국가별 간병인 체계를 보면 먼저 미국은 간호보조원과 가정간호보조로 구분했다. 영국은 간호보조원과 간병인, 대만의 경우 간병인, 일본은 간호보조자와 개호직원초임자, 개호복지사, 실무자연수수료자로 구분한다. 

특히 이들 국가는 모두  정부가 간병 서비스를 돌봄서비스 항목 내 급여화로 해결했다는 것이 국내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일본은 정부 및 지자체에서 의료보험 또는 개호보험을 재원으로 간병 서비스를 운영한다.

국가별 간병인 주요 업무 비교 /요양병원협회,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결국 이를 바탕으로 국내 요양 시설에도 재외동포 및 국외 간병인력의 수급 및 활용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 이를 위해 비자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일각에선 말하고 있다. 현재 국내 요양병원에 취업이 가능한 비자는 방문 취업비자(H-2)와 재외동포비자(F-4)로 국한한 상태다. 간병인 수급을 위해 특정 활동 비자(E-7)와 비전문 취업비자(E-9)까지 허용업종을 확대하자는 게 요양병원계의 주요 방안이다. 

특히 E-7 비자의 경우 간병 직종과 연관성이 있는 분야의 학위소지자 또는 해당 분야의 근무 경력을 갖춘 인력이 유입될 수 있어 양질의 간병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대해 손덕현 요양병원협회 명예회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초고령 사회가 눈앞에 다가온 현시점에서 늘어나는 돌봄 수급자를 감당하기 위한 간병제도 도입과 인력수급 방안이 필요하다"며 "간병 문제는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