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못한 '무적자' 5년간 4만명···학교도 병원도 못 가

출생신고 미이행 과태료 미납 3만 9962건 의무 교육·병원 진료 등 기본 권리도 없어 대리인도 출생 신고하도록 법안 개정해야

2022-10-04     김현우 기자
위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23년 동안 병원 진료 받아 본 적이 없어요. 초·중·고교 정규 교육도 참여하지 못했고, 비행기나 배도 타 본 적 없어요."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일명 '무적자'가 최근 5년간 4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병원 진료나 정규 교육도 받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다.

4일 법원행정처 가족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16~2020년까지 '출생신고 미이행 과태료 미납' 건수는 3만 9962건. 해당 수치는 출생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건수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무적자'다. 

무적자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정부 기관 서류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뜻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무적자에 대한 공식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무적자 통계를 따로 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출생신고 미이행 건수로 무적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2020년 4년간 연도별 출생신고 미이행 건수를 보면, 2016년 1만 9541건, 2017년 1만 7850건, 2018년 1만 7471건, 2019년 1만 5597건, 2020년 9578건이다. 같은 기간 출생신고가 완료된 건수는 총 174만 5495건으로, 연도별로 보면 2016년 42만 1214건, 2017년 37만 1892건, 2018년 34만 5657건, 2019년 32만 229건, 2020년 28만 6503건이다.

 

출생신고 미이행 과태료 고지 및 납입 현황 /법원행정처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무적자 사례를 보면 지난해, 아버지 사망으로 드러난 '제주도 무적자 세 자매'가 있다. 이들은 각각 1998년, 2000년, 2007년생인데, 모두 태어나서 한 번도 병원 진료나 정규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서비스를 모두 누릴 수 없다. 세 자매 중 맏이인 A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교육도 받아 본 적이 없다. 어머니가 출산할 때 몸이 좋지 않아서 출생신고를 바로 하지 못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아동복지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무적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이유로는 '가난 혹은 무지'가 62%로 가장 많았다. 혼외자식인 경우가 23%, 불법체류자 및 범죄자가 8%인 것으로 집계됐다.

무적자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보편적 출생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부모가 아닌 사람이 아이 출산을 목격한 경우, 병원 혹은 대리인이 의무적으로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는 법이다. 다만 국내에선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신생아는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부모가 아니어도 대리인이 직접 출생신고를 출생 즉시 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무적자로 살아갈 경우 의무교육과 기본적인 병원 진료조차 받을 수 없기에 인간 기본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적 출생신고제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