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해임안 발의' 野 "강제성 없지만 정치적 압박될 것"

민주 169명 만장일치, 與 "다수당 힘 자랑" 윤석열 정부 첫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29일 표결 예상···김 의장 상정 여부 주목

2022-09-27     오수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오른쪽)와 이수진·오영환 원내대변인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을 들고 의안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순방 외교 논란의 책임을 묻기 위해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 국회에 제출했다. 윤 정부의 국무위원을 상대로 한 해임건의안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다수당의 횡포"로 규정하고 민주당을 규탄했다.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169명 민주당 의원 전원 명의로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의결했다"며 "이견이 전혀 없는, 만장일치 당론 추인이었다. 해임건의안은 29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날 국회에 제출한 박 장관 해임건의안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참배 취소 △한일 정상회담 '굴욕외교' 논란 △한미 정상 '48초' 조우와 미 의회 및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부적절 발언 등 해외 순방 외교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을 책임 사유로 짚었다. 또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한 시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 부재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 사전답사단에 민간인인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동행 문제도 포함됐다. 

헌법 63조에 따르면 장관 해임 건의안은 국회의원 재적 3분의 1 이상 동의로 발의된다. 이후 국회의장이 첫 본회의에서 보고한다. 국회의장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표결에 들어가며, 재적 과반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민주당은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검토했었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윤 정부 국무위원 첫 해임건의안인 셈이다. 

이재명 당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번 의원총회의 핵심 의제는 국격과 국익을 훼손하고 국민에 대해 위협한 것"이라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 확인도 안 되는 상태에서 국민의 귀를 의심케 하는 제재 얘기들이 나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다수당의 힘자랑"이라며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를 넘어선 협박에 가까운 것"이라며 "지금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의 협조가 절실한데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에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 해임건의안 상정할까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강행한 것은 국회의 과반수 가결이라는 메시지가 윤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부담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강제성이 없는 해임건의안이더라도 윤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대통령의 몫"이라면서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한 번 더 대통령의 모습에 놀랄 것이고,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눈과 귀를 닫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은(87년 이후) 모두 3번이다.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두 장관은 자진사퇴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대출특혜·황제전세 의혹이 불거졌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발의해 가결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하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지 여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본회의 상정 후 가결될 경우 여야의 대치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본회의 전 여야 간 협의를 중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박 장관 해임건의안과 관련해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들은 이 안건이 국회법에 따라 심의될 수 있도록 의사 일정을 협의해 달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여소야대 국면에서 기간 내 당의 행동이나 의장의 결단이 없는 이상 가결 가능성은 크다"면서도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저지했을 경우 후폭풍도 감안해야 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도 부정적 여론이 발생할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당리당락으로 다수의 힘에 의존해 국익의 마지노선인 외교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 나라 외교부 장관으로서 오직 국민과 국익을 위해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