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저출산위원회 전면 개편"···한동훈표 '이민청 설립' 급부상
"16년간 280조 쏟고도 출산율 0.75명" 총 인구 감소에 대응책 마련 시급 전문가 "적극적 이민 정책 실천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저출산 문제를 공론화하며 정책과 컨트롤타워에 대한 전면 개편을 예고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스타 장관'으로 떠오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꺼내든 '이민청' 설립이 대안으로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시작”이라며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6년간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2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올해 2분기 출산율은 0.75명까지 급락했다”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 감소와 100세 시대의 해법을 찾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전면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지역이 스스로 동력을 찾고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앙지방협력회의, 이른바 제2국무회의로 각 지방자치단체를 돌면서 정례화해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실상 제로베이스에서 저출산 대책 방안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까지 추진해 온 저출산 정책이 ‘예산 퍼주기식’ 포퓰리즘으로 일관했다고 보고, 획기적인 변화 모색을 시작한 것이다.
9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합계 출산율 2.32명의 3분의 1수준이다. 국가별 순위는 한국이 236개국 중 두 번째로 낮다.
또한 2021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인구증가율은 -0.2%로 인구 감소가 본격화됐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총 인구가 420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세수는 줄어들고, 노인부양비는 증가해 국민연금이 2060년에는 완전히 소진될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인구절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여권에선 해외 우수인재를 국내 생산가능인력으로 포용하는 방안에 눈길을 돌렸다. 앞서 한동훈 장관은 지난 5월 장관 취임식에서 “이민청 설립 검토를 포함해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갈 체제를 갖춰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과 법무부, 이민정책연구원 주최로 이민청 설립 필요성과 추진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출입국·외국인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이민청 설립을 위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서구 선진국들도 이민을 통해 신규 노동력을 확보하고, 출산율을 높인 만큼 정부의 정책 설계가 국제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저출산 공론화는 기본적으로 그동안 정부가 막대한 예산도 쓰고 여러 가지 사업을 벌였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걸 말한 것"이라며 "우리가 전부터 하려고 했던 방향이 맞을 수 있어도 실질적으로 어떤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80조원이라고 하는 걸 보면 굉장히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다. 출산과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업도 지원해서 한계가 있다"며 "그런데 전임 정부 저출산위원회에서는 저출산과 이민 문제를 전혀 연계시켜서 보지를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앞으로는 우리가 저출산 대책과 이민을 연계시켜서 고려해야 된다는 생각"이라며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실천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고, 이민청 설립도 하나의 일환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