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가을, 여행하기 딱 좋은 때다!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코로나 이후 달라진 여행 문화 경험과 성장이 중요해졌다
코로나가 잦아드니 야외활동이 늘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하늘 높고 바람 좋은 가을 아닌가!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집 근처 서울 숲 주변을 산책하곤 하는데,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나온 사람들의 규모에 매번 놀라고 있다.
어떤 날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양평이나 강화도, 조금 멀게는 춘천까지 다녀오기도 한다. 호수나 바다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곳의 맛집을 찾아 별식을 즐기고 차 한잔 마시고 돌아오는 여유가 얼마나 행복한지 새삼 느끼면서 말이다.
올해 안에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시댁이 있는 제주도에 가서 올레길을 원 없이 걸어야겠다는 바람도 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내가 머물고 있는 자리에서 벗어나 다른 공기와 풍광,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니 가깝고 먼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들었다. 집 밖에 나가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자체가 즐겁다는 걸 제대로 알게 된 셈이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두가 이런 시간을 겪었고, 지금은 다 함께 그 시간을 정리하고 있다. 여행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행잡지를 만들고 있는 나에게는 이런 움직임은 반가울 뿐이다.
멈추었던 2년여 동안 세계 각 지역에는 어떤 이야기 거리가 만들어졌는지,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움직이려 하는지 들여다보는 중이다. 새롭게 진행될 개별여행과 패키지여행,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의 관심사, 도시와 자연 등 목적지별로 달라지는 경험 등에 관해 여행업계 종사자와 관련 전문가를 만나 의견도 들어보고, 국내외 저널 등의 자료도 찾아보면서 말이다.
공통적으로 꼽는 건 ‘어디를 가느냐’보다 ‘무엇을 체험하는지’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여행객들은 더 이상 관광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지향하지 않으며, 현지의 삶을 이해하고 문화를 경험하기 원한다.
코로나 시기 동안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게 되면서 혼자라도 즐거울 수 있는 개인의 취향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각자 체험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소소하게 국내 여행을 떠나곤 했던 이들이니, 해외 여행이 열린다면 당연히 그 연장선 상에서 또 다른 경험을 찾아 나설 것이다. 여행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니 자주 떠나기 보다는 한 번 갈 때 길게 머물며, 방문한 곳을 이해하고 그곳의 시간을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 공부도 하면서 말이다.
자연을 향해 떠나는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억눌렸던 욕구를 좀 더 특별한 곳, 과감한 여정으로 즐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경험하며 힐링의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일상과 거리를 두는 일은 없다.
“힐링은 자연과 동반할 때 확장되잖아요. 여행객들은 점점 더 특정한 지역, 즉 로컬에 머물며 그곳 사람들의 삶을 경험하고, 자연 속에서 자신을 오롯이 만나려 할 거에요. 그래서 저도 도심에서 벗어나 농장에 머물며 그곳에서 현지인들과 수확하고 만들어보는 여행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어요.”
유럽의 통상전문가에서 라이프스타일리스트로 새롭게 일을 시작한 선배 역시 이렇게 현지의 문화와 일상을 존중하며 경험하는 시간을 기획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현재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되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여행, 에코 트래블이 더욱 관심을 받게 되었다. 언제든 그곳을 다시 방문해도 이전처럼 즐거운 여행 경험을 하려면 현지의 자연과 문화를 배려해야 한다.
“이미 여러 해외 관광청들은 입국한 관광객의 숫자에 주목하기 보다 관광객들이 방문한 지역을 위해 어떤 이로운 활동을 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친환경 숙소에 머무르기, ‘비치코밍’, ‘플러깅’ 등 환경 캠페인에 참여하기처럼 이들이 시도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요.” 해외 관광청을 운영하고 있는 투어리즘 마케팅 회사의 대표 역시 이렇게 이야기할 정도이니 여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사실 코로나로 인한 격리와 검사가 없어진다고 해도 경제상황이 편치 못해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고, 팬데믹으로 언젠가 또 여행이 멈출 수 있다는 두려움도 존재한다. 그만큼 한번 가는 여행이 소중해졌으니, 최고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지는 건 당연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추억은 부모님과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공기 좋은 곳에서 산책도 하고, 안 먹어보던 맛있는 음식도 나누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3대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우리 가족만의 경험을 빨리 계획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