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역습]⑧ 연준 ‘거인 걸음’ 가능성에‧‧‧'R의 공포' 엄습한 美
2년물 국채금리 15년래‧10년물은 12년래 최고 75bp 인상 관측‧‧‧침체 우려에 장단기 금리역전 페드워치 “내년 3~5월 금리 4.75%까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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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만에 스태그플레이션 시대가 돌아왔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파월에게 레이건 시대 폴 볼커의 역할을 요구할 만큼 글로벌 경제가 급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연방준비제도(Fed)가 볼커를 소환해 초고강도 금리 인상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시 소련과 동유럽이 겪었던 위기는 비기축통화국인 신흥국에 곧바로 닥칠 전망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자동현금인출기(ATM)로 불리는 한국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국내외 경제는 1970~1980년대와 데칼코마니 양상이다. 여성경제신문이 당시와의 유사점을 살펴보고 미국의 긴축 정책이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① 반세기 만의 스태그플레이션과 자이언트스텝'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2일 새벽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미 국채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초까지도 고강도 금리인상 지속 가능성이 커지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국채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뉴욕 채권시장에서 2년물 국채금리(오전 10시 기준)는 15년 만에 최고치인 3.9790%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10년물도 이날 201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2년 만에 심리적 한계선인 3.5%를 돌파, 3.5830%를 기록했다.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계속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단기 채권 금리가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를 추산하는 페드워치에 따르면 75bp 인상 확률은 20일 82%를 나타내고 있다. 100bp(1% 포인트) 인상 전망은 18%, 50bp(0.5%포인트) 인상 기대는 0%다.
페드워치는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연 4.5%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3~5월에는 연 4.75%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그룹 등은 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비치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예측치(8.1%)보다 높은 8.3%를 기록하면서 ‘울트라스텝’ 가능성도 대두됐다. 국제금융센터는 “9월 FOMC 회의에서 종전 75bp 금리인상 전망이 우세했으나 발표 이후 100bp 인상 전망 가능성도 증가했다”면서 “연준 피봇(Pivot, 입장선회) 가능성도 약화됐다”고 밝혔다.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 심화
실업률 4.5% 전망‧‧‧연착륙 불가능
경기침체 우려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2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더 높은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채권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기준 2년물과 10년물, 2년물과 30년물의 금리차는 각각 –44bp, -46bp로 2000년 이후 최대 격차로 벌어졌다.
연준의 매파적 통화 정책에 따른 연착륙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실업률 전망치를 4.5%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연준은 실업률 전망치를 올해 3.7%, 2023년 3.9%, 2024년 4.1%로 전망했다.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렛 라이언은 "연준이 여전히 '연착륙' 시나리오를 퍼뜨리겠지만, 이 경우(실업률 4.5%) 경기후퇴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국 주가지수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3%, 나스닥 지수는 0.95% 각각 하락 마감했다.
금리 역전 앞둔 한미‧‧‧‘자이언트’를 ‘베이비’로 대응?
학계 “금리 차 크게 나면 자본 유출 심화‧환율 상승”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는 지속해서 불거졌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연 2.5%로 동률이다. 내일 연준이 금리를 75bp 인상할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연 3.25%로 한국과는 0.75%포인트 차이가 나게 된다. 100bp 인상할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연 3.5%로 1%포인트 차이가 나게 된다.
금리 역전은 자본 유출과 직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서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화폐를 빌려 타국의 고금리 금융자산에 투자, 금리차를 이용해 돈을 버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미국에서 빌린 달러화에 대한 이자를 더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캐리 드레이드 청산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신흥국에 대한 자본 유출을 일으킨다.
이러한 달러화 유출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1399원까지 터치,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수입 물가를 상승,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까지 이어진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마저 치솟는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자본 유출 심화로 외환위기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금융당국은 모니터링 말고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 열린 금통위에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그것이 환율을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자본 유출을 더 촉진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한미 금리 격차와 자본 유출 및 환율의 움직임이 그렇게 기계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전망했던 경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당분간은 25bp씩 올리는 것이 기본 기조”라고 밝혔다. 파월 연준 의장이 ‘울트라(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자이언트(기준금리 0.75%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때 이창용 한은 총재는 ‘베이비(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카드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학계는 한미 금리 격차가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에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격차는 자본 유출 요인이며 금리차가 많이 나면 자본 유출이 심화된다”면서 “또 자본 유출량이 많아지면 환율은 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