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미 금리 인상이 초래한 달러 강세···전 지구적 흐름

[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달러 급락에 대한 섣부른 기대 금물

2022-09-15     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변은 아침이면 자욱한 물안개를 볼 수 있고 저녁이면 눈부신 저녁놀을 선사한다. 찰랑거리는 파도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불어오는 해풍 속에 티끌이 씻겨 나가듯 마음이 시원해진다. 그러나 오늘 잔잔했던 파도도 어느 순간 바람이 불어 거친 풍랑으로 변하기 일쑤다.

무엇보다 높게 일렁이는 파도가 언제나 잔잔해질까 예상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현재 연일 거침없이 솟아오르고 있는 달러화 가치도 마찬가지다. 2020년 말 108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395원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1년여 기간 동안 무려 29%가 올랐다.

엔·달러 환율도 마찬가지다. 작년 초 103엔선에서 수직 상승해 145엔을 위협하고 있다. 무려 40%가 넘는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유로 환율도 유로당 1.23달러에서 1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중국 위안화와 영국 파운드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에 걸쳐 달러 강세 현상이 일상이 되었다.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산출되는 달러지수(DXY)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연초 90이었던 달러지수는 110을 돌파해 20%가 넘게 상승했다. 달러화 초강세의 부작용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상품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입해 쓸 수밖에 없는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국제유가는 6월 중순 배럴당 120달러에서 최근 87달러까지 내렸다. 고점 대비 약 30%가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달러 대비 자국 통화 가치가 또한 30% 하락했다면 국내 통화 기준으로 체감하는 유가는 전혀 내리지 않은 것과 같게 된다.

이러한 수입 물가의 급등은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전 지구적 확산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달러화 가치 상승은 달러로 돈을 빌린 나라의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상환해야 할 부채의 원리금 가치가 국내 통화 기준으로 수십 퍼센트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뜩이나 약해진 신흥국가의 펀더멘털이 더욱 악화되면서 금융위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하고 있다. 스리랑카, 레바논 등 최소 5개국이 이미 부도를 냈고 위기가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이집트, 케냐 등 전 지구적으로 전염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달러 강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우선 달러 강세가 나타나는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달러가 오르는 첫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거듭해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 공포에 미국 증시가 폭락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물론 연준은 4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초강력 금리인상 카드를 빼들었다. 만약 여타 조건이 같다면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나라의 통화 가치는 떨어져야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 통화로 살 수 있는 실질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나라가 금리를 올린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이 싸지고 여타 자산의 수익률도 상승해 해외 투자가 유입된다. 해외투자자가 그 나라 외환시장에서 자국 통화를 사면서 통화의 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무엇보다 미 국채는 글로벌 안전자산이다. 설상가상으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다른 선진국들이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치면서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 측면에서 미 국채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전 세계 투자자금이 미 채권시장으로 몰려들면서 달러 강세가 가속한다.

경제 펀더멘털에서도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양호한 상태에 있다. 연준의 초강도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완전고용 상태에 가깝다. 기업의 실적도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인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의 공격적인 전략비축유 방출에 힘입어 국내 유가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해 경제성장도 비교적 탄탄하다.

요컨대, 이러한 미국과 여타 국가 간의 통화정책 및 펀더멘털에서의 비대칭이 최근 달러 강세의 배경이다. 그렇다면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펀더멘털이 악화하면 달러 강세의 중요한 이유 중 한 가지가 없어지므로 결국 달러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역사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경기 침체를 겪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달러 가치도 급락해 달러 지수가 70포인트대로 밀렸었다. 그러나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에는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나스닥 지수가 60%나 빠졌지만 달러지수는 120포인트까지 상승을 지속했다.

무엇보다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으로 금리를 크게 올렸던 1980년대 초에는 1980년과 1982~83년 실업률이 두 자릿수에 이르는 깊은 경기 침체가 왔지만 1980년 7월부터 시작된 달러 강세는 몇 년에 걸쳐 지속했고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1985년 레이건 행정부가 일본, 서독, 영국, 프랑스 재무장관을 뉴욕으로 불러 달러 강세를 끝내기 위한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동의한 플라자 합의를 맺고서야 달러 강세의 불을 끌 수 있었다. 당시 달러지수는 5년여에 걸쳐 50% 넘게 상승했다.

만약 그 시나리오가 또다시 현실이 된다면 달러 강세는 향후로도 3년여에 걸쳐 지속되고 달러는 추가적으로 30%가량 더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달러 가치는 지정학적 요인을 비롯해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을 것이지만 섣부른 달러 급락의 기대 또한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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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국제투자업무를 7년간 담당했고 예금보험공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미국에서 유학하여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석사,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박사 (파이낸스)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노스캐롤라이나주 가드너웹대학교에서 재무·금융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