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오랜만에 뵌 부모님 뭔가 달라졌다면?···'치매' 의심해야
기억 및 언어 장애 등 의심 행동 발생 전문가 "곧장 치매 조기 진단 받아야" 어느 정도 치매 진행 속도 늦출 수 있어
"부모님이랑 시장에 갔어요. 2000원짜리 나물을 사는데 1만원을 내시고는 거스름돈도 안 받고 그냥 가시더라고요".
"아버지가 굉장히 엄격하신 분이세요. 그런데 웬일인지 너그러워지시고 둔해지셨어요".
대표적인 치매 초기 증상들이다. 명절에 오랜만에 찾아뵌 부모님이 내가 알던 부모님과 다르다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치매는 환자만큼 가족이 받는 고통이 큰 병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2일 대한치매학회 등에 따르면, 치매 초기 증상은 총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간 및 공간능력 저하(방향감각 상실) ▲계산능력 저하 ▲성격 및 감정의 변화 ▲이상행동 등이 초기 치매 증상으로 꼽힌다.
특히 기억장애는 대표적인 치매 증상이다. 다만 일반적인 건망증과 치매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최호진 대한치매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치매 의심 당사자에게 무언가를 물어봤는데, 흐릿하게라도 기억한다면 치매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분명 최근에 있었던 일이더라도 완전히 기억을 잃어버리거나, 사실을 언급했는데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증상도 치매 초기 증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그 단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 행동을 보일 경우에도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신문 및 글 등을 읽을 때 줄거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주 가던 길을 헤매는 경우도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또 계산능력도 떨어지게 되는데, 거스름돈을 받아오는데 실수가 생기는 등 돈 관리를 전혀 하지 못하게 된다.
치매 환자는 감정 및 성격의 변화도 발생한다. 사교적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집에 있으려고 하거나 지나치게 말수가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조용했던 사람이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샤워를 하는 등 개인위생도 게을리하게 된다.
이간질하는 사례도 있다. 치매 의심 환자 중에선 '누가 내 물건을 훔쳤다', '남편 혹은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 는 등 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가족을 폭행하거나 욕을 하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치매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현재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연구 결과를 보면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로 인해 타우 단백질의 뇌내 침착이 발생하면서 뇌세포가 죽고, 뇌 위축이 진행되는 것을 치매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 초기 증상이 보이더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제언한다. 김기웅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본지에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보인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치매를 진단받아야 한다"며 "퇴행성 치매의 경우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인지기능 및 생활 능력 연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매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방문하면 경제적인 계획 및 환자 가족들이 장기적 대책 수립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잃는 것"이라며 "치매는 평균 12년의 세월 동안 진행되는데, 가족이 감내해야 할 고통도 크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조기에 치매를 진단하고 꾸준한 치료를 통해 병 진행을 지연시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