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돌봄의 늪]② 고통받는 환자 가족 심리상담 급여화···정부, 사실상 '백지화'

치매 환자 가족 정신 상담도 감기 진료처럼 2023년 예정이었던 상담 수가, 결국 '무산' 환자 가족 정신 상담 진료 건수 '23만 건'

2022-09-07     김현우 기자
지난 2014년 진행된 '송파구 치매극복 걷기대회'에서 참가 어르신들이 가족과 함께 서울 석촌호수를 따라 걷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예정이었던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상담 수가 도입이 사실상 무산됐다. 일반 병·의원에서도 감기 진료를 받는 것처럼 환자 가족을 위한 상담을 쉽게 받게끔 하는 것이 수가 도입 목적이다. 

7일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는 2023년 '치매 가족 상담 수가' 도입계획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입장을 여성경제신문에 전해왔다. 앞서 상담 수가 도입 계획은 지난 2018년 제4차 치매 관리종합계획을 통해 예정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치매 환자 상담 수가 도입을 위한 연구 용역도 마련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인력지원 및 업무 공백 문제, 다른 과와의 논의 등 급여화 과정이 쉽지 않아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치매는 타 질병과 달리 환자 가족의 정신적·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치매 환자는 정신적 질병으로 인해 가족의 돌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 갈등, 해체 등 문제를 일으킨다. 

대한치매학회가 지난 2018년 진행한 치매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치매 환자 가족 중 직장을 그만둔 비율이 14%, 근무 시간 단축으로 인한 직장 내 갈등 경험이 33%에 달했다. 또한 치매 환자 가족이 정신과 치료를 진행한 건수도, 지난 2019년 기준 23만 7000건으로 조사됐다. 일반 정신과 가족치료 건수는 총 108만 8690건이다. 

치매 환자 수도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추정 치매 환자는 107만명, 2050년에는 302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2050년이 되면 국내 전체 노인 중 15.9%가 치매 환자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국내 치매 환자 수 증가 추이 /보건복지부

치매 환자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치매 관리 비용은 2021년 기준 연간 2112만원, 전국 치매 관리비용은 약 18조7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 또한 2010년 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엔 17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치매가족협회 관계자는 "치매 환자 가족 정신 상담을 위해선 관련 상담 장비 및 전문의 인력이 잘 갖춰진 대학병원을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이라며 "일반 정신과에서도 상담이 가능하지만 대학병원에 비해 인력 및 장비 도입이 쉽지 않아 치매 환자 가족 상담은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추세다. 상담 수가 도입이 된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주춤하는 사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은 치매 상담 수가 도입을 위한 법제 정비를 예고하고 있다. 복지위 관계자는 "내달 예정된 401회 전체 회의를 통해 치매 가족 상담 수가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 회의록을 전면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상담 수가 도입에 장애요인을 찾아 관련법 개정안을 의원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건강보험 급여과를 통해 상담 수가 도입을 전면 재검토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호진 대한치매학회 교수는 본지에 "치매 환자 가족이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선 일정 금액을 내고 대학병원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상담 수가가 도입된다면 일반 병원 및 의원을 통해 감기 진료 받듯이 치료 및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환자의 케어도 중요하지만, 남들 모르게 고통받고 있는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정책 수렴이 필수다. 이와 함께 환자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 상담 수가 급여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