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혁신위 위축은 수순"···'이준석 룰' PPAT 확대 결론 못냈다
김종혁 "새로운 지도부 출범 후 논의" 혁신위 내부서도 부정적 의견 나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혁신위)가 5일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People Power Aptitude Test) 적용 대상을 광역단체장 및 국회의원 후보자 등으로 확대하는 혁신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PPAT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공약으로 혁신위의 핵심과제로 꼽힌다.
김종혁 혁신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새 지도부가 곧 만들어질 텐데 그 전에 혁신안을 던져놓는 게 새로운 지도부에 부담이 될 것 같다”며 “연휴 지나고 새 지도부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혁신위 내 담당 소위원회에서는 PPAT 합격제를 총선에 도입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시간 넘게 이어진 혁신위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PPAT 대상 확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김 대변인은 “시험주의라는 게 민주주의에 합당하느냐, 선출직에 시험을 적용하는 게 옳은 것이냐는 논의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PPAT는 6·1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원 출마자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다. PPAT 시험은 당헌·당규, 대북정책, 공직선거법, 자료해석 및 상황판단, 외교·안보, 안전과 사회 등 6가지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광역의원 비례대표는 2등급(상위 15%),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3등급(상위 35%) 이상의 성적을 얻어야 공천 지원이 가능하다. 지역구의 경우 시험 결과에 따른 가산점이 적용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대구 기자회견에서 “PPAT를 우회하기 위해 대부분 시도당에서 공천을 늦추는 편법을 썼다”며 “혁신위 안 중에는 공천을 일찍 마무리 짓는 제안도 검토되고 있고 편법에 휘둘려 올바른 제도가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원 후보자만을 대상으로 했던 PPAT를 국회의원 후보자에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당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주의는 배운 사람, 안 배운 사람을 가리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당에 온몸을 던져서 일을 했던 분들이 출마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해 여러 후유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미애 혁신위원 역시 이날 혁신위 전체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피선거권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어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맞느냐(는 논란이 있다)”며 “성급하게 (확대를) 밀어붙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전문가는 PPAT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국회의원을 뽑을 때 시험을 치러야 하는지 문제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이라며 “국회의원들의 전직을 살펴보면 나름대로 능력이 보장된 인사들이 많다 보니 PPAT 도입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신 교수는 “지금은 혁신할 때가 아니고 비상상황을 수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오는 19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고, 2호 혁신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혁신위 존속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본인이 혁신의 대상이 되지 않는 동시에 (이 전 대표에 대한 반발이 생길 경우) 반혁신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윤핵관을 압박하기 위해 (혁신이라는) 깃발을 선점한 것”이라며 “그러나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혁신은 인적 쇄신과 정강·정책의 변화인데 인적 쇄신은 선거 때 이뤄지고 공천 문제 결정권은 다음 지도부가 쥐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평론가는 “이 전 대표가 띄운 혁신위 활동은 명분과 시점이 적절치 않기에 점차 위축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