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 더봄] 경쟁과 갈등을 만드는 ‘심판관’으로서의 리더?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단기적 성과 향상엔 효과 있겠지만 지속 성장 하기엔 조직에 큰 피로감 협력적 리더십과 자기 객관화 필요
새로 입사한 영업 2팀 팀장은 대표와 일하는 것이 여전히 낯설다. 대표가 영업 1팀과 영업 2팀에게 같은 업무를 주고, 서로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업무를 지시하기 때문이다.
“지난 프로젝트에서는 영업 1팀이 2팀보다 1.5배 더 높은 성과를 달성했지요. 이번에는 영업 2팀 팀장님이 새로 오시기도 했고, 업계에서 워낙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으신 분이니 영업 2팀이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낼지 기대가 됩니다.”
동일한 프로젝트를 1팀과 2팀이 협력해 업무 분장을 하면 비용과 시간이 더 적게 들고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줄어드는데, 같은 일을 각개전투 방식으로 하라는 대표의 업무 지시가 2팀 팀장은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2팀 팀장은 1팀 팀장을 찾아가 협력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어떨지 의견을 구했다. 그러나 1팀 팀장의 반응은 애매했고, 며칠 후 대표가 2팀 팀장을 불렀다.
“제가 1팀, 2팀에게 각각 프로젝트를 하라고 했던 점에 이견이 있으시다고요. 그동안 저희 직원들과 일해보니,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일하는 게 항상 더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2팀 팀장님도 적응하시면 이런 업무 방식이 편하실 겁니다.”
2팀 팀장은 1팀 팀장과 둘이 회의한 내용을 이미 대표가 알고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마치 사내 기밀 프로젝트를 추진하듯 2팀에게는 업무 진행 과정, 노하우 등을 절대 공유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2팀 팀장 또한 1팀에 노출되지 않도록 업무 진행을 하게 되었고, 회사의 경쟁사보다 사내의 1팀이 더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되었다.
이런 업무구조에서 지원부서들도 2팀 업무 협조 요청에 이런 저런 핑계로 차일 피일 미루는, 소위 팀마다 라인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런 배경에는 회의때마다 1팀과 2팀을 저울질하며 경쟁을 부추기는 대표가 있었다.
조직 내 경쟁과 갈등을 만드는 리더의 심리
팀간의 건강한 경쟁 구도는 성과를 향상시키고, 업무 분위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으나, 위의 사례와 같은 지나친 경쟁은 직원들끼리 서로 의심하고 견제하는 등의 불신과 갈등을 야기한다. 대부분 이런 조직 문화의 핵심에는 리더가 원을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데에 있다. ‘감시가 없으면 딴짓을 하고 일을 안 할 거야’, ‘나 한 명이 모든 직원을 다 감시할 수 없으니 서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리더는 스스로 ‘심판관’이 되어 서로 감시와 견제를 잘하고 있는지 중간중간 확인한다.
리더의 자리까지 가는 과정에서, 누적된 과거의 경험과 상처, 믿었던 팀원이나 동료의 배신을 수도 없이 겪으면서, 자기방어적 행동이 의심의 리더십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 본인이 이끄는 조직에서 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직원들끼리 서로 감시, 견제하는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마련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시와 견제 시스템은 리더의 불신을 정당화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직원들에 대한 리더의 의심은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직 문화는 조직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지만, 리더의 마인드, 행동, 말 한마디는 조직 문화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며 협력할 줄 모르고 경쟁만 하는 조직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리더는, 자신의 세계에 갇힌 채, 상석에 앉아 심판관 역할을 하는 데에만 치중하게 된다. 조직 내 갈등과 직원들 간의 이간질이 워낙 빈번해지기 때문에, 리더는 심판관이 되어 야단치며 충고하고 지적하는 일이 빈번해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리더가 심판관 역할을 할수록 직원에 대한 리더의 의심과 불신은 깊어진다.
경쟁과 갈등에 뿌리를 둔 업무 방식은 조직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유관 부서끼리 협력해서 일할 경우 훨씬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들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기도 한다. 팀끼리 경쟁을 하는 사내 분위기가 단기적인 성과 향상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으나, 꾸준한 성과를 내거나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조직 전체에 큰 피로감을 준다. 특히 경쟁과 갈등하는 분위기의 회사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팀워크가 발휘되기보다 직원 개인, 또는 내가 속한 팀만 괜찮으면 된다는 이기심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경쟁을 부추기는 대신 리더에게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협력적 리더십, 리더의 자기 객관화 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협력적 리더십’이다. 리더가 팀워크, 화합, 시너지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문제와 갈등이 발생할 때 ‘리더와 직원 모두 힘을 모아 함께 해결해 보자’라는 분위기를 지향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팀워크, 협력 등의 가치는 조직 내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모범적이고 정당하며 부작용이 없는 해결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팀워크는 바로 리더와 직원들 간의 ‘신뢰’에서 나온다.
또한 리더십과 업무 지시에 대한 리더의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 직원들끼리 서로 의심하고, 견제하는 조직은 결국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리더’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직원들이 다른 팀과 경쟁해서 ‘더 좋은 성과’를 내고, 다른 직원과 경쟁해서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목적은 결국 리더로부터 더 많은 보상과 인정을 취하기 위함이다.
회사에서 심판관 역할을 하는 리더는 100% 공정하거나 객관적이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 경쟁과 견제를 조장하는 나의 리더십이 조직 성장에 과연 득이 되는지, 나의 개인적 경험과 상처로 인해 자기방어적인 방법으로 업무 지시를 하지는 않는지, 나의 편향된 시각과 왜곡된 정보들로 팀과 직원들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물론 성공에 대한 경험, 노하우, 오랜 사회생활과 업무 경력을 바탕으로 리더의 역할과 책임을 맡은 사람은 자기 객관화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현실적으로 리더는 팀원들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시야 밖에서 리더인 자신의 모습을 봐 줄 수 있는 사람, 나의 리더십을 성찰할 수 있도록 거울이 되어 주는 사람, 외로운 리더의 여정에 파트너링을 해줄 수 있는 사람, 즉 ‘코치’ 또는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10년 동안 구글 에릭 슈미트의 파트너 조언자였고, 애플 스티브 잡스와 매주 일요일 아침 산책하며 코칭을 해 준 ‘1조 달러 코치’ 빌 캠벨처럼 많은 성공한 리더의 곁에는 리더십에 관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고, 거울처럼 리더 스스로를 비춰 줄 수 있는 코치가 있었다.
리더의 굳은살은 직원의 배신, 좌절, 지나가는 오물을 뒤집어쓰는 일 등 억울함과 불편함을 외롭게 견뎌서 생긴다. 훌륭한 리더는 그 굳은살이 켜켜이 쌓일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해져서, 내가 이끄는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에 기여한다. 경쟁과 갈등, 감시와 견제를 이용하는 심판관으로서 리더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과 협력하는 파트너로서의 리더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