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권 더봄] 꿈 접고 하우스 농사를 시작하다

[정진권의 고향 정착기] 임업후계자 목표로 500여 시간 교육받아 황칠나무 등 심었지만 소득까지는 까마득 당장 수익 낼 욕심에 하우스 농사로 전환

2022-08-28     정진권 남인수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아내와 나는 꿈꾸던 농촌 사업은 일단 접고 하우스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 내가 귀농할 고향에서는 겨울에는 쥬키니라는 호박농사를 지었고, 여름작물로는 멜론이나 수박, 토마토 등을 다양하게 키웠다. /사진=정진권

몇 년 안에 고향으로 내려갈 것이라 작정을 하였는데 그것도 준비가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시로 고향을 들락거리며 고향 집을 둘러보고 어머님을 모시고 왔다 갔다 하고 친구와 만나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정작 고향에 정착한다는 일은 큰 용기가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그냥 귀촌해서 노후를 살아가면 되지 않겠는가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평생을 고향 땅에서 사시던 어머님이 계시면 그것도 어렵지 않은 일인데 만약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고향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농사일에 바쁜 고향 사람들 속에서 한가하게 뒷짐이나 지고 어슬렁거리다가는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다가 결국은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태가 생기지는 않을까? 

이러한 여러 걱정거리들에 대해 고민하다가 정부에서 귀촌이나 귀농 희망자들에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특히 내 명의로 된 낮은 야산이 있기 때문에 임업을 위주로 교육을 받았다.

2020년 5월 김천 국립종자원에서 실시한 식량작물 육묘기술 교육을 시작으로 2년 동안 집합과정(모여서 강의를 듣는 과정)만 총 162시간의 교육을 받았고 온라인 교육까지 합하면 약 500여 시간의 교육을 받은 셈이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서 교육을 받았는데도 귀농귀촌에 대한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교육일 뿐이지 실제 무슨 작물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정부에서 보는 농촌과 귀농은 어떠한 것인가? 농사를 짓거나 산림을 가꾸면 정부에서는 농민에게 직불금을 지급한다. 직불금에 대해 교육을 받기 전에는 단순히 FTA를 체결하여 공산품을 수출해서 얻는 이득과 저렴한 농산물을 수입하는 무역 구조에서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 하락에서 오는 피해를 보상해 주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교육을 받아보니 그 직불금은 단순히 벼농사를 한다고 해서 지급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시든 농촌이든 모두 회색으로 집을 짓거나 공장을 세우면 얼마나 눈이 삭막하겠는가? 또 여름철에 장마가 져서 일시적이라도 물을 담아 둘 곳이 없으면 곳곳에서 물난리가 날 것이다. 싼 농산물을 수입하다가 식량을 공급하던 나라에서 흉년이 들거나 정치적으로 수출을 금지시킨다면 우리 국민들은 갑자기 어마어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위험에 처할 것이다. 어린이부터 학생들이나 어른들도 만약 농촌이 없고 도시 생활만 한다면 정신적으로 공허해질 것이다.

정부에서는 도시와 농촌 간에 서로 상생하는 원활한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린 유치원생들이 농촌에 와서 감자를 캐는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정서가 순화되고 도시인들이 산림이나 계곡을 찾아서 휴식을 취하고 가면 직장생활에서 더욱 힘이 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사회적 농업이라고 명명했다.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어서 고향을 떠났던 도시인들이 하루나 이틀 혹은 한 달이나 일 년 정도 머물면서 휴식을 취하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물론 개인이 해도 좋겠지만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서 아름다운 마을을 가꾸고 옛날 시골집을 잘 정비하여 잠자리를 잘 관리하고 싱싱한 채소로 식단을 꾸려서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면 이보다 더한 낙원이 어디 있으리요. 휴식을 취하러 온 분은 순수한 농민들의 따뜻한 정을 받아 가서 다시 직장이나 사업에 몰두할 수 있다면 참으로 소중한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마을 가꾸는 일들을 개인보다는 법인체나 마을에서 단체로 하는 것을 권하고 공모하여 후원도 한다는 사실이다.

귀농교육을 받는 분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다양했다. 20대 젊은 청년부터 신혼 초의 새댁이 있는가 하면 직장을 잃은 40대 가장이나 우리처럼 노후를 바라보는 은퇴한 분들이 포진해 있었다. 나처럼 고향에 땅이 있고 집이 있는 사람은 귀농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 보면 되겠다.

생판 모르는 직업과 전혀 모르는 장소에서 처음으로 대하는 농촌의 노인들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람들은 귀농하려면 귀농할 곳을 어디로 정할 것인지 고민을 한다.

각 지자체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 지역에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이 다 다르다. 어떤 지자체는 일 년 동안 살아보라고 농촌 마을 집을 제공해 주는가 하면 인구가 많은 도시를 끼고 있는 지자체는 귀농자에 대해서 아쉬울 것이 별로 없다.

 

귀농귀촌 교육을 받고 임업후계자 자격을 얻은 뒤 산림을 가꾸어 사회적 농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명의의 야산에 가장 먼저 심은 것은 황칠나무와 산마늘이었다. /사진=정진권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은 귀농을 하면서도 서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서울에서 내려가면 3시간이 안 되는 장소를 선정하려고 한다. 그리고 농촌의 땅값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것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귀농하려는 분들은 쉽게 결정을 못하고 몇 년씩 교육만 받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교육을 받는 분들 속에는 사기꾼도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귀농하려는 사람들은 수천만원씩 자금을 갖고 있는 분들이 더러 있다. 여차하면 논이나 산을 사서 귀농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기꾼들은 떠 있는 돈 냄새를 맡고 같이 교육을 받으면서 다른 사업에 끌어들이려고 유혹을 한다. 교육을 시키는 분들은 그분들이 누구인지를 알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이 함부로 말을 할 수도 없다.

사기꾼들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면 자신과 별 연관이 없는 엉뚱한 곳에 땅을 사는가 하면 나중에는 판매가 어려운 다단계 상품을 사서 재어두어야 하는, 귀농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에다 자금을 묶어두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는 교육을 충실히 받다보니 산림을 가꾸어 사회적 농업을 하고 싶었다. 교육을 받아서 임업후계자 자격을 얻었는데 우선 산에 황칠나무와 산마늘을 심었다.

그런데 이 작물을 키워서 수익을 올리는 데는 몇 년이 걸릴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2021년 봄부터 아내와 둘이서 고향에 내려와서 벼농사를 짓고 밭농사를 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고향에 살고 있는 친구와 여러 가지로 의논을 하던 차에 친구는 아내에게 하우스 농사를 해 볼 것을 권했다.

아내는 아내대로 우리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서 된장이나 간장 등 가공식품에 대한 교육에 짬짬이 시간을 투자했었다. 그렇게 나는 산림으로 사회적 농업을 하고 아내는 된장으로 귀농하려던 계획은 투자해야 되는 자금과 판매 시장 그리고 당장 수익을 내야 한다는 빈약한 우리의 상황 앞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친구는 하우스 농사를 하면 비용이 얼마나 들고 또 일 년에 수익이 얼마 정도 들어온다는 구체적인 자금의 흐름을 알려주었다.

내가 귀농할 고향에서는 겨울에는 ‘쥬키니’라는 호박 농사를 하고, 여름작물로는 오이나 멜론 혹은 토마토나 수박 등을 다양하게 지었다. 아내와 나는 우리들이 꿈꾸던 농촌 사업은 일단 접고 친구가 권한 하우스 농사로 농촌생활을 출발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