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재정 역할 중요한데···'긴축' 앞세운 尹정부
文정부 비판하며 확장→건전 전환 법인세 인하, 효과 입증 안돼 "서민 위기엔 국가가 돈 써야"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전 정권의 '확장재정' 기조를 벗어난 '건전재정'으로의 전면 전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고물가·고유가 등 경제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정 투입을 통한 효과를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재정준칙을 이르면 이달 말 확정해 나라살림 적자를 내년을 기점으로 경제규모 대비 3% 이내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달 초 국회에 640조원 안팎 규모로 올해 대비 줄어든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당정은 24일 협의회를 열고 청년 구직 지원금 300만원 지급, 장애인 고용장려금 인상을 골자로 하는 맞춤형 지원 예산을 내년도 예산편성안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의 특징은 재정 기조를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해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우리 경제의 국가신인도를 확고히 하는 데 있다”며 “내년도 예산 총 지출 규모를 올해 추경을 포함한 규모보다 대폭 낮게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5년 동안 방만재정으로 5년 만에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었다. 가히 오늘만 사는 정권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400조5000억 원 규모였던 2017년 본예산은 올해 607조7000억 원까지 늘었다. 국가채무도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올해 말 1037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이같이 재정 확대 폭을 넓힌 배경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 상황이 작용했다. 상당 규모 예산이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금과 방역에 투입됐다.
문제는 올해 들어 심화된 국내·외 경기침체다. 이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출 둔화에 소비는 위축됐고, 금리는 올랐다. 서민 보호를 위한 국가의 재정적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또한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2%로 인하되면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정부는 기업활력 제고를 통해 경제 성장이 이뤄지길 기대하지만,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이명박정부 때 법인세가 인하될 당시 2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 액수는 2009년 322조에서 2013년 589조로 늘어나는 등 서민경제엔 영향이 없었다.
정부가 전 정권 비판을 앞세우면서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긴축에 나선 것은 적절한 위기 대응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위기까지 이제 겹쳤기 때문에 지금 서민들의 고통은 더 심해지고, 불평등 양극화는 더 심각해졌다"며 "이런 삶을 회복하려면 사실은 국가가 좀 더 돈을 더 많이 써서 시민들이 빈곤한 삶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보장 제도가 좀 더 탄탄하게 마련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되는 부분이 있다"며 "옛날에 외환위기라든지 금융위기가 있을 때 다른 선진국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기도 했지만, 확장적 재정을 했던 것은 그만큼 '투여를 했을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경험하에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계속 뭐 부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게 다 좋다는 건 아니지만, 국가가 시민들의 삶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 것이 책무이기 때문에 확장적 재정은 지금도 유효한 정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곳곳에서 경제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이러한 신호들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개별 기업이 환율 급등과 원자재값 상승에 대처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관계 당국은 금융지원이나 물류비 지원 등을 포함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