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환율 급등, 유동성 위험보다 물가 더 걱정”

‘잭슨홀 미팅’ 앞두고 미국 금리 불확실성↑ 전세계 추세‧‧‧외환시장 97년 08년과 달라 이 총재 “원화 절하, 인플레이션 압력 우려”

2022-08-25     최주연 기자
25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보유고 부족 우려에 대해 “한은이 환율을 걱정하는 것은 원화 절하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중간재 수입하는 기업들의 가격 변수 우려다”라고 말했다. /최주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이 환율을 걱정하는 것은 원화 가치 절하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중간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의 가격 변수 우려다”라고 말했다.

25일 이 총재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보유고 부족 우려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환율 급등 현상이 전 세계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환율 변동 배경에 대해서는 미국 금리조정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번 주말 잭슨홀 미팅에서 있을 파월 의장의 발언이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미국 금리 인상 정도, 그로 인한 경기침체 여부와 중국의 경기부양정책 효과 여부, 유럽 에너지 가격 변동 등으로 불확실성이 올라간 상황”이라면서 “금리 기대감이 변동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메이저 국가들의 환율이 절하됐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환율 상황을 금리 인상에 반영하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총재는 “한은은 최근 환율 상승을 물가상승 압력으로 우려하고 있다”면서 “환율이 올라가다 보면 중간재 수입하는 기업들이 고충을 겪고 이는 국가 경쟁력에 손상을 입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환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보고 외환시장 유동성 문제, 신용도 문제, 외환보유액 부족 등 97년과 08년도 우려와 중복되기도 한다”면서 “걱정은 충분히 알지만, 우리나라 환율만 절하되는 게 아니고 달러 강세와 다른 환율도 같이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1997년과 2008년과는 다르게 한국이 순채권국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에 유동성, 신용 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을 더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7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386억 달러(한화 약 585조원)로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아홉 번째로 외환보유액이 많다.

또한 이 총재는 강달러 상황에서 통화스왑도 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통화스왑을 맺으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동성 위험이나 신용도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환율 절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과 통화스왑을 맺고 있는 영국, 캐나다, 유로존 등도 환율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한은 금통위는 현 기준금리(2.25%)에서 0.25%포인트 인상, 기준금리를 연 2.5%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4‧5‧7월에 이어 8월까지 네 차례 연속 금리인상은 한은 역사상 처음이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4.5%에서 5.2%로 수정됐다. 이는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전망치다.

한은은 “지난 7월에 예상했던 국내 물가 및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지난달 통방에서 제시했던 바와 같이 25bp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물가는 5~6%대의 높은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보았다”고 금리 인상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