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이야기] 내 남편이란 꽃을 피우다

[치매안심센터 이용수기 공모전 우수작]

2022-08-25     최영은 기자

 

치매, 내 남편의 머릿속 꽃이 지고 있었다.

한평생 과수원 농사꾼 내 남편

나무에 꽃과 열매를 피우던 내 남편

내 남편의 마음과 머리에 가뭄이 찾아왔다.

어느 날부턴가 튼튼했던 내 남편이 야위어가기 시작했다. 잠도 못 자고 소화도 안되면서 25kg이 빠져나가 곧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검사란 검사를 받고 원인을 찾기 위해 아픈 남편을 이끌고 다니면서 하루하루 내 눈물도 말라갔다.

 

우울증, 내 남편의 마음에 구멍이 커져만 갔다.

우리 부부에게 느지막히 중년이 되었을 때 천사 같은 아들과 딸이 찾아왔다. 뒤늦게 온 만큼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었고 더 많은 일을 해 지원해주는 것만이 사랑인 줄 알았다. 밤낮으로 일을 하며 아이들을 보는 것이 전부였던 내 남편은 성장해가며 바빠진 아이들 볼 수 없는 시간이 늘어가는 것에 자신은 사막의 신기루 같다는 말을 하곤 했다. 남편은 자신의 삶이 점점 무의미해져 가는 것 같았고 그러면서도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도 깊어지면서 점점 이렇게 내 남편의 마음에는 구멍이 커져만 갔다.

 

치매, 내 남편의 머릿속 꽃이 지고 있었다.

마음의 구멍은 점점 온 몸으로 퍼져 내 남편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내 남편의 치매, 처음에는 아니라고 믿고 싶었고 매일매일 아니기만을 기도했다. 바보같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남편의 옆에서 식사를 챙겨주고 건강을 위한 기도를 드리는 것만이 전부인 줄 알았다.

내 남편의 기억을 지켜주고 싶어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보고 있었던 터에 치매안심센터를 알게 되었다. 나는 바로 남편과 한 평생을 함께했던 과수원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와 동대문구치매안심센터를 등록했다.

기도만이 전부였던 나에게 치매가 무엇이고, 치매환자를 조호하는 방법, 소통하는 방법 등에 대해 공부할 수 있게 되었고 내 남편을 무조건 쉬게해 주려던 나에게 뇌를 자극시켜 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동대문구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된 가족교육을 통해서 내 남편의 지금에 대해 알게 되었고, 느끼게 되었고, 나눌 수 있게 되면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치매안심센터에 감사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에겐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지금 내 남편은 데이케어센터를 다니면서 동대문구치매안심센터와의 인연을 계속하고 있다. 한달에 한 번씩 숲체험을 통해서 남편과 나는 어김없이 두 손을 잡고 숲으로 간다. 나에게 숲에서 만난 다른 치매 가족들이 친구가 되었고 서로의 고충을 나누며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가 되었다. 치매안심센터로 인해서 난 남편과의 하루하루가 즐거움이 되었다.

 

내 남편이란 꽃을 피우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내 남편만 머릿속에 꽃을 다시 피워주지 않았다. 오로지 남편의 간호에만 신경쓰며 외롭고 낯선 서울 살이를 하며 점점 지쳐가고 있었는데 센터 선생님의 소개로 가족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의 상처, 아픔들로 내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내 아픔만 들여다보느라 내 남편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왔구나···.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에 남편에게 미안함이 커졌고 나는 남은 날들은 내 남편이란 꽃을 피우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치매안심센터와의 인연을 통해서 내 남편이란 꽃을 피우기 위해 가족모임에 참여하여 내 남편의 기억의 꽃에 물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동대문구치매안심센터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내가 훗날 내 남편과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가족을 위해 환자를 위해서 지금의 내가 얻은 정보들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좋지 않을까? 동대문구치매안심센터에서 내 남편이란 꽃을 피우기 위해 나는 좋은 거름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