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플랜에 밀린 尹 국정과제···'1기 신도시 특별법' 김동연 추진
본지 국정과제 이행 계획서 단독 입수 법안 내용까지 세부 실천과제로 담겨 정부 공약, 경기도가 추진하는 모양새
윤석열 정부의 1기 신도시 공약 후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정과제에 포함됐던 '특별법 제정'이 국토교통부가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22일 여성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문건에는 1기 신도시를 재정비하여 차세대 명품도시로 재탄생한다는 윤 대통령의 공약 실천을 위한 세부 과제로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안과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정부는 1기 신도시에 10만호 이상의 양질의 주택 공급 기반 마련을 위한 △정비계획 절차 간소화 △건축규제 완화 △사업비 지원 △이주대책 수립 방안 등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 사항을 포함했다. 광역교통개선 대책도 재정비 사업과 연계해 수립·보완하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접목한 최적의 도시·건축 계획안을 도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이란 노태우 정부 때 건설된 1기 신도시가 노후화됨에 따라 이를 재정비하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기준과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마스터플랜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우며 입법 계획이 사실상 미뤄졌다.
원희룡 2024년 플랜 후 입법 계획 고수
尹 정부 수차례 해명도 탁상공론 수준
빈틈 포착한 김동연 "올해안 계획 발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고양 일산, 군포 산본, 부천 중동, 안양 평촌 등이 1기 신도시로 분류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여러 문제를 망라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마스터플랜을 2024년까지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1기 신도시 5곳은 입주 30년이 지나 업그레이드가 꼭 필요한 지역으로 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공약과는 차이가 있는 행보였다.
본지 확인 결과 1기 신도시 재정비 제도 개선 방안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완화 △분양가 상한제 합리화와 함께 국정과제 이행 계획서상 올해 상반기 민·관 합동 도심재정비 TF 구성 업무과제로 선정돼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마스터플랜을 2024년에나 수립하겠다는 것은 사실상의 대선 공약 파기"라면서 건축 규제를 풀고 기반 시설 확충 지원을 통해 국회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맞섰다. 김 지사는 동시에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을 김동연 지사가 추진하는 모양새가 되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도시 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을 신규 1년 6개월 정도 걸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조금 늦어졌느냐 하는 것은 전체 맥락에서 어느 정도 국민들께서 좀 더 이해를 잘해 주실 수 있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이처럼 특별법 제정이 뒤로 밀린 것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 신속한 재정비 사업을 기다려온 지역 사회의 반발은 커지는 양상이다. 성남시 분당을 지역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특별법 신중론을 겨냥해 "윤 대통령 공약을 깡그리 무시하고 시간 끌기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분당갑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재·보궐 선거 후보 시절 "집권당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제1기 신도시 특별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안 의원은 특별법과 연계해 "2004년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가 제1종 주거지역으로 부당하게 종 하향조치를 했다"며 야탑동 빌라단지 5000세대의 종 환원을 공약했다.
지역 민심이 악화하자 국토부는 두 차례나 해명자료를 내고 "대통령 공약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경기도는 재정비 개발 방향 수립을 위한 종합용역을 오는 12월 7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김 지사는 "국민의 기본권인 도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은 도지사의 책임이자 의무"라면서 "그 책임을 방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