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갱년기 엄마의 육아 돌아보기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입시 부담에 힘들어하는 사춘기 아이 효능감 높이는 엄마의 지원과 피드백 필요

2022-08-14     김현주 매거진 편집장
사춘기에 입시 준비까지, 몸과 마음이 모두 고단한 아이에 대한 적극적 이해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도대체 엄마는 왜 그렇게 갑자기 화를 내는 거야?”

“네가 어떻게 짜증을 냈는지 한번 돌아봐.”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 벌써 몇 년째 이 구도로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갱년기는 길게는 십 년 이상도 지속된다니, 아이가 사춘기를 벗어나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서로가 ‘그러려니’ 하며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중2가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예민해지는 포인트와 강도가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크게 다르지 않더라구.”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작년에 대학생이 된 딸의 사례를 들며 내 말에 공감해줬다.

“달라지지는 않아. 그냥 드러내는 게 줄어드는 정도지. 그래도 확실히 대학생이 되니까 아이가 편해진 건 있더라. 그걸 바라보고 있자니 ‘얼마나 힘들고 답답하면 그랬을까, 그나마 엄마한테라도 표현할 수 있어 다행이었네’라는 생각도 들고.”

나 역시 입시에 대한 부담감과 학원 스케줄로 힘들어하는 아이의 자리에 서서 아이를 바라보곤 한다. 내가 봐도 버거운 일정이 뻔히 보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저 아이 옆에서 이 시기가 무리없이 지나가길 지켜보고 있다. 가끔은 아이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성을 내기도 하면서 말이다. 

며칠 전 오랜만에 아이와 아이의 친한 친구들, 그리고 그 친구들의 엄마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엄마 내 생일날 밤에 학원 마치고 난 다음에, 집 앞 치킨 집에서 애들 만나서 같이 저녁 먹어도 돼? 엄마들도 같이 만나고.”

아이의 제안 덕에 갑작스레 자리가 만들어졌다. 아이 친구들의 엄마들, 그러니까 나의 동네 친구들과의 모임 말이다. 코로나 전에는 가끔씩은 만났던 사이였는데, 이렇게 모이는 건 2년 만인 것 같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학원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며 신이 나서 떠들어댔고, 우리들은 그 옆자리에 앉아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간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한동안 컨디션이 안 좋아서 애 먹었어요. 어쨌든 요즘은 이전보다 건강에 더 신경 쓰고 있어요.” “아, 이제 50대에 들어선 건가요? 진짜 한 해 한 해가 달라요. 다들 어떻게 지내셨어요?” “첫째가 대학 입학하고, 막내가 중학생이 되고, 정신없었죠, 뭐.”

자연스레 화제는 아이의 요즘 생활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아이와의 관계로 흘러갔다. 마침 모인 엄마들이 모두 첫 아이를 대학에 보낸 후라 입시를 치룬 경험담까지 들을 수 있었다.

“첫째 입시가 끝나니 그 당시에 미진했던 것을 둘째에게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 얘는 더 타이트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첫째 때 겪었던 황망함을 다시 겪지 않으려고 미리 준비를 한다고 할까.”

“나는 첫 애 입시결과를 보면서 준비만큼 운도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애는 고3 내내 놀라울 정도로 마음이 편했었거든요. 다른 친구들보다 공부량도 적었는데 운이 좋은 건지,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어요. 돌이켜보니 아이 스스로 자기를 괴롭히지 않고 그 시기를 잘 보냈다는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엄마는 아이가 밖에서 경험하는 평가와 피드백과는 다른, 지지하고 용기를 주는 피드백을 전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떤 부모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를 지원한다. 물론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목표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서 방식의 차이는 있다. 아이와 발을 맞추고 있더라도 서 있는 위치가 달라진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려고는 해요. 중요한 건 아이가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다음부터는 이렇게 말하죠. ‘결과라는 게 하나만 있는 건 아니야. 노력했다가 처음 생각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또 다른 답을 찾으면 돼. 그러니 너무 마음 졸이지 마.' 이렇게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하려고 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전 좀 다르네요. 앞에서 끌어주는 타입이랄까. 목표와 결과, 대안까지 먼저 고민해 전달하는 편이니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러니 엄마 생각엔 이 방법이 좋을 것 같다, 이렇게요.”

밀어주기와 끌어주기, 그렇게 따지면 나는 옆에서 바라봐주기인가. 아이의 속도에 페이스를 맞춰 걸으며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미리 준비해 건네주고 ‘잘 걷고 있네’ 응원도 하지만, 길의 방향과 걷는 속도에 대한 선택, 그 이후 어떤 풍경을 마주할지는 아이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네 인생을 마주하는 것은 너니까'라고 강조하는 엄마가 아이는 서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모임을 마치고 집에 꽂혀 있던 책을 꺼냈다. 청소년 심리상담사가 쓴 부모의 대화법에 관한 책(『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이임숙 지음, 창비)인데 그 책에서 언젠가 읽었던 구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는 뇌 신경 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분비와 기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로 쾌락중추라 불리는 변연계 측좌핵에서 분비된다. 이곳은 보상, 기쁨, 중독과 관련된 기관으로 아직 전두엽이 미성숙한 청소년은 의사 결정과 행동이 변연계의 지배를 더 많이 받게 된다.’

청소년은 보상 받고 싶어한다는 이야기인데, 부모가 주는 피드백이 심리적 보상이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남들과 비교하거나 평가하는 피드백이 아니라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피드백, 즉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집중하게 하는 정보적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필요한 것을 찾아보고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심리적 보상을 받고 있다는 안정감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와 아이의 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봐야겠다 싶었다. 갱년기 엄마라는 타이틀 뒤에 서 있지 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