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 더봄] 은퇴 후 창살 없는 감옥살이···4%룰 위반했다
[강정영의 평생부자되기](7) 은퇴 준비는 일찍부터 시작하고 은퇴 후엔 '연4%지출 룰' 지켜야
[장면 1] 영화 '툼스톤'
은퇴한 강력계 형사 맷(리암 니슨 분)은 아내가 먼저 죽고 돈에 쪼들린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를 납치 살해당한 남자가 찾아와 사건 해결을 요청한다. 망설인다. 살벌한 범죄현장에 다시 뛰어들고 싶지 않았기에. 그러나 납치범이 요구한 금액의 40%를 제시하자 수락하고 만다. 다시 목숨을 건 추격과 총격전 속에 납치범 검거에 나선다.
[장면 2] 은퇴 후 위험한 알바
노인이 먹고 살기 힘들자 알바 일을 찾는다. 거래자금만 수거해 주면 월 3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에 솔깃한다. 수차례 현금을 수거해 전달해 주는 일을 한다. 나중에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체포된다. 범죄인 줄 몰랐다고 선처를 호소했지만 징역 1년형을 선고받는다.
[장면 3] 대기업 고위 임원의 퇴직
퇴직하고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 풍선이 빵 터진다. "아빠 수고했어요"라는 격려 문구가 좌악 펼쳐진다. 가슴이 뭉클, ‘아하 이제 집에서 좀 쉬어도 되겠구나’ 싶었다. 두세 달 뒤 친구들이 골프를 하자고 해서, 아내에게 돈 좀 달라고 했더니, "무슨 돈? 조금 모아둔 돈, 당신만 쓸 돈이 아니다"하며 싸늘하게 반응한다. 가슴이 철렁한다. 운 좋게 그는 얼마 후 다른 기업 CEO로 다시 발탁된다. 그때부터 월급의 일정액을 비상금으로 따로 모은다. 부모나 친구, 자기관리를 위한 조금의 비상금이 없다면 최소한의 품위유지도 불가능하다.
조기 은퇴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은퇴는 결코 낭만이 아니다. '은퇴 후 졸지에 거지'라는 은어가 있다. 한국 65세 이상 고령자의 절반 정도가 월 100만원 정도로 살아간다고 한다. 은퇴 후에 돈은 생명줄이다. 그러나 돈을 넉넉하게 모아 퇴직하는 사람은 드물다. 위 사례는 돈 때문에 심각한 상황에 부닥친 3장면이다. 모아둔 돈이 부족하다면,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를 위축시키고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버드생 달력은 열흘 빠르다'는 말이 있다. 천재들이 모인다는 하버드생들이 공부도 봉사도 스포츠도 다 잘한다. 무슨 비결이 있을까.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거기에는 '놀라운 비법'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예정보다 10일 먼저 해치우기'이다. 이는 공부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에 적용되는 법칙이기도 하다. 읽어야 할 책, 시험이나 발표 준비를 열흘 먼저 끝낸다. 처음에는 매우 힘들지만 이렇게 하면 생활의 지평이 달라진다. 나머지 시간은 다듬고 군더더기를 빼면서 결과물은 더 정교해진다.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스트레스도 적어진다. 평생 쫓기지 않고 살 수 있는 지혜가 담겨 있다. 그 덕분에 하버드생은 '졸업하면 인생이 쉬워진다' 고 한다.
은퇴 자금 준비도 마찬가지다. 은퇴 10년 전부터 차근히 별도로 은퇴 자금을 월급에서 무조건 떼어서 준비한다면 휠씬 여유로운 준비가 가능해질 것이다. 생각보다 일찍 떠밀려 은퇴를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은퇴를 코앞에 두고는 이미 늦다. 목표 금액은 각자의 몫이나 '다다익선'이다. 현직에 있을 때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해두는 것이, 수입의 흐름이 끊기는 퇴직 후의 절벽에 대비하는 최선의 길이다.
다음은 실제로 은퇴를 했다. 어떻게 자금 관리를 할지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연 4% 지출 룰'을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권고한다. 모아둔 돈을 일 년에 4%씩만 찾아 쓰면 30년 넘게 돈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만약 5억원의 돈이 있다면, 일 년에 2000만씩 지출하는 것이다. 물론 지출이 매년 일정할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면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식비나 여행경비는 줄어든다. 가진 돈을 잘 굴려서 연 4% 이상씩 번다면 원금은 그대로 지킬 수 있지만 저금리 시대에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가진 돈으로 주식을 하면 십중팔구 원금 손실을 본다.
[장면 4] 증권회사 퇴임 임원의 고백
일반 회사보다 훨씬 많은 돈을 모으고 퇴임했다. 퇴임 후 2~3년 동안 과거 패턴으로 지출을 하고 나니 순식간에 돈이 떨어져 나갔다. 정기적인 모임에 나가는 것조차 부담이 되었다. 남은 날들이 걱정스러워 정말 후회된다. 그는 지금 연락이 안 된다.
은퇴 자금을 개념 없이 쓰다 보면, 손에 쥔 모래알처럼 빠져나간다. 그 다음은 대책이 없다. 따라서 '년 4% 룰'은 의미 있는 지출의 잣대이다. 초과 지출을 하면 한계상황에 더 빨리 부닥치게 된다. 한국 노인 빈곤율과 자살율은 OECD 최고이다. 은퇴 후의 참담한 실정을 대변해 준다. 수입을 늘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계획적인 지출은 꼭 지켜야 할 '머스터(Must)'이다. 또 가능하다면 은퇴 자금은 하버드생처럼 미리미리 준비하자. 조금씩이라도 오랫동안 개미처럼 모아 나가자. 장면 속의 사람들은 나일 수도 있다. 은퇴후 돈이 없으면 '창살 없는 감옥'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준비하자. 은퇴 후가 평화롭고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