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두달 연속 6%대 상승···베이비스텝으로 대응 가능할까?
원화 평가절하 세계 두 번째 수준인데 베이비스텝 몸 사리면 인플레 못 잡아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한국은행도 긴축에 몸을 사리고 있다. 이창용 총재가 오는 8월 가장 낮은 수준의 베이비스텝을 예고하면서,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악순환 우려가 커지는 실정이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일 업무보고에서 "향후 물가와 성장 흐름이 현재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0.25%포인트 금리 인상(베이비스텝)을 예고했다.
물가상승률이 6%대가 2~3개월 지속된 후 조금씩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베이비스텝의 근거다. 또 과거 사례를 보면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이 반드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로 이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용인하면서 경기침체에 대응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것은 3번이다. 이 가운데 2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고 1번은 자금이 유입됐다. 채권시장까지 더하면 기준금리 역전 기간 모두 외국인투자자 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것은 맞다. 하지만 가장 최근 데이터가 포함된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채권의 순유입이 축소되는 추세다.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1~5월 중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2억 달러(주식 -95억 달러, 채권 97억 달러) 순유입됐다. 주식자금은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미 연준의 긴축 전망 등의 영향으로 유출이 심화된 것이며, 채권자금은 유입 규모가 줄었다.
인플레이션으로 통화가치가 심한 변동을 겪는 상황에서 원화표시채권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채권투자자금은 2021년 9월 고점을 기록한 이후 유출 일변도의 흐름이다. 이와 관련 신환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간 내에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 최신 데이터 보면 외인투자 감소
수입물가, 원달러 환율 상승이 불지펴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고공행진이다. 이날 한은은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6.0% 대비 0.3%포인트 오른 수치다. 7월 무역수지도 마이너스 46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적자 행진 중이다.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9.4% 증가했지만 환율 상승 여파로 수입이 21.8% 증가한 탓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올해 4월까지 수입물가는 13개월 연속 3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해 왔다. 이에 더해 7월 평균 13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무역수지 적자와 물가상승에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이번 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주요 통화 중에서도 높은 수준의 절하율을 기록 중이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주요국 통화 중 엔화가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15.20%의 압도적인 절하율을 기록 중이다. 국가별로 엔화(-5.20%), 영국 파운드(-9.98%), 뉴질랜드 달러화(-8.80%) 순의 달러 대비 절하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1188.8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7월 평균 1300원을 넘어서면서 8.55%의 절하율을 나타냈다.
영국·일본이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버스켓 가맹국인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와 상설 통와스와프 계약을 맺은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원화가 주요 통화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가치 하락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원화는 달러인덱스 상승폭과 비교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해오며 원저(圓低)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디플레이션 상황 타개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고환율 정책을 펼치는 엔화와 원화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오 교수는 "원자재와 식료품 가격 상승은 컨트럴 못하지만 환율은 금리인상이라는 수단으로 방어가 가능하다"며 "(베이비스텝은) 물가 안정을 제1의 목표로 하는 한은의 역할과도 어긋난 방향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