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에 떠는 세계경제···FOMC서 경기침체 vs 연착륙 갈린다
9%대 물가상승 잡으려면 긴축 불가피 심상치 않은 장기물 단기물 금리 역전 빅스텝만 취해도 한미 기준 금리 동률
자이언트 스텝이냐 vs 안정적 빅스텝이냐
하루 앞으로 다가온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금리 결정에 따라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와 연착륙의 갈림길에 섰다. 아울러 빅스텝만 이뤄져도 미국과 정책 금리 수준이 같아지는 한국 경제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날부터 이틀간 FOMC를 열어 한국시간으로 28일 새벽 3시 정책금리 인상폭을 결정한다. 지난 6월 FOMC는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종전 0.75~1.00%에서 1.50~1.75%로 올린 바 있다. 여기서 0.5%만 인상돼도 한국의 기준금리 2.25%와 동률이 된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를 기록하면서 한때 울트라스텝인 1% 금리 인상설까지 나왔다. 그러나 일자리 등 거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자이언트스텝(0.75%) 또는 빅스텝(0.50%) 인상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론적으로 0.75% 인상을 결정한다면 연방기금금리 상단은 2.50%로 중립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도 않고 디플레이션을 일으키지도 않는 수준의 정책금리를 말한다.
다만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 우려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대책이 수요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에 더 깊이 빠져드는 오버킬(over kill) 리스크 때문이다. 이미 세 차례 금리 인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속도 조절론도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 원인 제공자란 비판 속에
학계서도 연착륙 전망 크게 엇갈려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간의 장단기 금리차(spread)가 역전 상황을 맞은 점도 연준이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장단기 금리차는 미래의 경기를 예상하는 '위기 경보기' 역할을 한다. 경기 전망이 좋을 경우 2년물의 금리가 낮고 10년물의 금리가 높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 채권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상황에선 단기물과 장기물 간의 금리차가 좁아진다.
특히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 이런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6월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취하자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간 역전이 나타나면서 2주 연속 지속되고 있다. [그림1]을 보면 역전 폭도 25bp 이상으로 벌어져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사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물가를 잡지 못한 채 경기침체만 심화시킬 것이란 공포감이 감도는 가운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그런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 1분기 마이너스 1.6% 추락했고 오는 28일 발표되는 2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 경제 연착륙 가능을 놓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크게 증가한 고소득층 소득 증가율을 제시하며 "미국 경제가 아직은 튼튼해 보인다"며 "내년에는 다시 이자율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조7000억 달러를 추가로 저축했다. 이런 가운데 18만4000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의 저축이 1조5000억 달러로 절반을 넘어선다.
반면 비관 전망으로 유명해 미스터 둠(Mr. Doom)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대공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부채 비율이 낮았던 1970년대와는 달리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부채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라면서 "경기 후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과 경기침체는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릴 게 분명하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며 국내 금융시장에서 투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2년 인플레이션 경제위기의 공통점은 '미국발'이라는 것"이라며 "미국만 혼자 살겠다고 금리인상 폭주를 이어 간다면 세계 경제는 초토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