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올해만 외화예금 ‘8조’ 감소‧‧‧‘강달러’에 개인‧기업 팔았다
올초 환율 1200원 돌파 달러 매도 ‘꿈틀’ 기업 해외투자 자금 인출‧개인 차익 실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강달러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6개월 만에 원‧달러 환율은 110.6원이 올랐다. 달러값이 오르자 개인과 기업이 ‘팔자’로 돌아섰고 올해 상반기만 외화예금이 약 61억 달러(한화 7조9910억원) 줄었다. 외환시장 안전판 역할로 기대되고 있는 외화예금의 감소로 위기 돌파구 하나가 무력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여성경제신문이 올해 상반기 통화별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분석한 결과, 6월 잔액이 지난 1월 잔액인 931억7000만 달러보다 61억1000만 달러 감소, 870억6000만 달러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뿐 아니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을 포함한다.
특히 미 달러화예금(전체 외화예금 중 84% 차지)이 1월 789억2000만 달러에서 6월 736억1000만 달러로 약 53억 달러가 감소했다. 기업의 수입 결제대금과 해외투자 자금 인출, 개인 현물환 매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거주자외화예금 증감은 환율 추세와 같이 움직인다. 통상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과 개인 등 달러를 보유한 거주자들은 차익실현을 위해 내다 팔기 때문에 외화예금은 감소한다.
실제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미 달러화의 ‘강달러’ 현상은 ‘킹달러’로 별칭이 변할 정도로 화폐 가치가 상승했다. 1월 3일 환율은 1193.1원(고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6월 30일은 1303.7원(고가 기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반년 동안 110.6원이나 오른 것이다.
위 그래프에서처럼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처음 1200원을 넘어섰고(1월 6일, 1201.4원), 6월 23일 1302.8원을 기록하며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했다.
달러화 외 그밖에 외화예금도 해외 파생 거래 관련 증거금 납입과 현물환 매도 등으로 다소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유로화(-3억7000만 달러)와 위안화(-4억1000만 달러), 영국 파운드화‧호주 달러화(-2억4000만 달러) 등이 감소했다. 엔화(2억2000만 달러)는 증가했다.
은행별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6개월 새 국내은행(791억5000만 달러) 및 외은지점(79억1000만 달러)이 각각 30억8000만 달러, 30억3000만 달러 줄었다. 주체별로는 기업예금이 725억7000만 달러로 올초와 비교해 30억7000만 달러 줄었고, 개인예금은 전월 대비 30억4000만 달러 감소한 144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국내은행, 외화자금 조달 역할 해야
기업과 개인의 외화 유치 고민 필요
불경기 외환시장 구원투수로 떠올랐던 외화예금의 감소세에 금융당국과 학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외화예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됐다. 한국은행은 2004년 11월부터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매달 집계해 공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은행이 외화예금을 통해 충분한 외화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서, 비거주자로부터의 차입에 의존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 의존’이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대내외 금융충격이 발생할 때 갑자기 중단되거나 유출되는 취약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외환시장 불안을 야기한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는 국내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업과 개인의 외화를 유치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금융당국의 안정적인 외환시장 운용이 전제로 깔린다. 외화예금이 환율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거주자 외화예금과 외환시장 안정성’(송치영, 박해식) 보고서는 “기업이 현지 법인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자금의 상당 부분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은행에 예치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은행이 국제적인 자금관리서비스를 운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영업망을 가진 해외은행에 예치해 운용하고 있다”면서 “국내은행이 자금관리서비스 기능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자체적인 노력뿐 아니라 정부도 규제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다양한 상품개발 등을 통해 개인자금을 장기 외화예금의 형태로 유치하는 전략을 고민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2013년~2014년 중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외은지점이, 높은 금리의 위안화 예금을 취급하면서 미 달러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내 외화예금시장에서 위안화 예금이 급증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