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 치매안심병원 추진···서북병원, 지정 요건 갖추기 돌입
오세훈 시장 '건강특별시 서울' 계획 일환 국내 최초 '병원급' 치매안심병원 탄생 예고 다만, 시설·인력·장비 등 자격 요건 까다로워 서북병원 "치매 병동 운영 중, 무리 없을 것"
서울시 최초 치매안심병원 설립이 추진된다. 은평구에 위치한 서북병원이 그 대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건강특별시 서울' 프로젝트 공공의료 확충 계획 일환으로 서북병원 지정 요건 갖추기에 돌입했다.
2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립 서북병원은 치매안심병원 지정을 준비 중이다. 앞서 올해 5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내 공공의료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가 약 150만명에 달하는 서울시에 치매 어르신 치료 및 관리 강화를 위해 치매안심병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시 공공의료 확충 계획 브리핑을 통해 오 시장은 "치매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 및 관리하는 등 특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서울시에 치매안심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며 "전국 총 7개소 치매안심병원이 있는데, 정작 인구 1000만명이 거주하는 서울시에 치매안심병원은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내엔 대전·광주·경북·제주·충북에 치매안심병원이 있다. 인천시는 최근 시내 병원 두 곳이 치매안심병원 지정 점검 과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치매안심병원은 치매 환자의 효율적 치료를 위한 병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치매 국가책임제를 발표하면서 대책으로 제시한 내용 중 하나다. 2019년 9월 16일, 1호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안동노인전문요양병원이 개소했다.
서울시는 서북병원을 치매안심병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로 서북병원이 치매안심병원으로 등록된다면 '병원급'으로는 국내 최초로 치매 전문 병동이 된다. 기존 국내에 설치된 치매안심병원 7곳은 모두 공립요양병원급이기 때문이다.
다만 치매안심병원 지정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서북병원 입장에선 대규모 투자를 검토해야 하는 실정이다. 추가로 지정 요건을 갖추기 위해선 시설과 장비, 인력 등에 투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치매 분야는 투자금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아, 규모가 큰 대학병원급에선 기피하고 있는 분야다.
이명국 대한신경과의사회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치매안심병원 지정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분야가 시설과 장비"라며 "또한 치매 환자의 경우 중증 이상 환자일 경우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4인 이하 입원병실만 두어야 하는 등의 조건 사항이 있다. 따라서 병실도 늘려야 하는 등 자격요건이 까다로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치매안심병원 지정 요건을 자세히 보면 ▲4인 이하 입원병실만 허용 ▲병상 수 30개 이상 60개 이하 ▲환자모니터링 장치 병동당 4개 ▲소독 등 처치용 카트와 배식차 구비 ▲응급환자용 키트 및 이동용 침대 ▲자동심장충격기 병동당 각각 1대 이상 배치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
인력 기준도 만만치 않다. ▲신경과·신경외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각 정신 및 신경의학과별 상주 의사 1명 이상 ▲치매전문교육 과정 이수 간호사 1명 이상 배치 ▲작업치료사 및 임상심리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1명 이상 배치 등 인력이 요구된다.
대한치매학회 이정섭 연구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은 모두 요양병원급인데,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투자금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며 "투자금 대비 이익도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때문에 사립병원이 선뜻 치매안심병원 지정에 나서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서북병원의 경우, 치매안심병원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장비·인력이 대부분 갖춰져 있는 상황이라며 최적의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북병원은 이미 자체 평가로도 치매안심병원 신청 요건이 충분하다"라며 "또한 자체 치매전문병동을 운영하면서 비약물치료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중증 치매환자 관리 노하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북병원은 총 53병동에 대한 시설 보완 공사와 병동 구성을 오는 2023년 5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안심병원 정식 신청을 통해 공식적인 치매안심병원으로 탈바꿈하겠단 계획이다. 서북병원 관계자는 "최초 병원급 치매안심병원으로서 서울시 치매 환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공공병원급 안심병원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어 국내 치매 치료 병원으로서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서울시에 가장 많이 설치된 치매안심센터 등 기존 시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에 "서울시는 치매 환자 관리를 위한 인프라가 타지역에 비해 잘 갖춰졌고, 치매안심병원이 없더라도 기존 대학병원에 설치된 정신의학과 인프라로 환자 치료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치매안심병원을 설립한다 해도 그만큼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