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두 번째 일을 찾는 정석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행정사가 된 광고 프로듀서 출신 선배 자격증 취득부터 개업까지 촘촘하게 짜 놓은 시프트 과정
오랜만에 선배에게 카톡이 왔다.
“너 블로그 하니?”
‘갑자기 왠 블로그?’ 하며 물으려는데 링크 하나가 도착했다. 얼마전 선배가 행정사 자격증을 땄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관련해 시작한 블로그였다.
“와, 본격적으로 시작하셨네요. 자격증도 따고, 사무실도 오픈하고, 대단해요!”
광고 프로듀서로 25년 일해온 선배가 인생 두 번째 일을 찾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준비해왔다는 걸 알기에 박수칠 수밖에 없었다.
1995년 국내 유수의 광고대행사에 입사한 선배는 이후 몇몇 제작사를 거친 후 본인의 제작사를 10년 가까이 운영해왔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며 승승장구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이 50이 넘으니 광고 제작 물량이 점점 줄더라. 같이 일해왔던 AE들도 회사를 그만두는 나이가 됐고, 게다가 광고 쪽은 젊은 감각과 인재를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프로듀서로 더 이상 일을 하는 건 어렵겠더라고.“
처음에는 이전보다 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 놓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1년간 인강을 들으며 공부해 그 어렵다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막상 자격증이 생기니 공인중개사와 공통과목으로 시험을 치르는 다른 자격증이 눈에 들어왔다.
“행정사 자격증을 따야겠다 싶었어. 내가 행정학과와 신문방송학과 복수전공이니까 전공도 살릴 수 있고, 대학시절 행정고시 준비하겠다고 잠깐 들여다봤던 시간도 있었으니 할 수 있겠다 싶었거든. 행정사를 준비할 때는 자격증 한번 따보겠다가 아니라, 이후에 이 일을 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공부했지.”
열심히 인강을 들었고, 1년 후 두 번째 자격증을 얻었다. 행정사가 된 이후에서야 광고 일을 확실히 내려놓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를 시작했어. 자격증은 자격증일 뿐이고, 실제로 일을 하려면 어떤 식으로 시작하고, 운영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잖아. 행정사협회에서 진행하는 창업 과정과 실무관련 수업은 다 챙겨 들었고, 개업한 선배 행정사들도 찾아 다니며 하나씩 익혀갔지. 또 홍보를 위해서는 블로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인터넷 찾아보며 공부도 하고, 블로그에 올릴 내용도 열심히 준비했어.”
그렇게 6개월간 계획했던 것들을 하나씩 실천했고, 마침내 개업을 하게 되었다. 사무실을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첫 의뢰인을 만났다고 하니 준비한 것들이 주효했음이 분명했다.
50대 중반이 된 남성이 인생 두 번째 일을 준비하려고 했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했다.
“너도 그렇겠지만, 내 주변 지인들도 만나기만 하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나 일을 그만두게 되면 무엇을 할지 농담 반 진담 반 섞어 이야기해. 걱정되고 불안한 거지. 아마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다 찾아보겠지. 중요한 건 그렇게 찾은 일에 안착했느냐 못했느냐인데, 주변 선배들의 사례를 보며 느낀 게 있었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 잘 할 수 있는 분야와 연결해서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해야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되더라구. 젊었을 때부터 밥 대신 빵으로 유명했던 선배가 제빵자격증을 딴 후 빵집을 하고 있는데 잘 돼, 본인도 만족하고. 부동산에 늘 촉각을 세우던 선배는 퇴직 후 자연스럽게 공인중개사가 되었고. 나도 20대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던 행정관련 법을 2년여 이상 준비해 행정사가 된 거고.”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섣불리 뛰어드는 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하고, 준비한 후 시작하라, 그 정도의 호흡을 고를 수 있다는 게 50대가 가진 장점이 아니겠냐는 게 선배의 마지막 코멘트였다.
‘인생의 절반쯤에 온 당신, 이제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광고문구에 눈이 가 펼쳐 본 책이 있다. 논어를 통해 오십 이후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에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조언을 전하는데(최종엽의 『오십에 읽는 논어』), 그중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내용이 있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 아닌데도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다면 지금이 바로 변화할 시기라는 것이며,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하고 있었다면 행복한 인생을 확인하는 셈이 됩니다.’
50대는 누구나 맞이하는 변화의 시기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당장 뛰어들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숙고해 보고 충분히 준비한 후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준비해 시작하는 것이 두 번째 일을 만나는 제대로 된 방법이라는 것을 선배의 이야기를 통해 또 한 번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