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종 더봄] 취미생활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한익종의 삶이 취미, 취미가 삶](3) 취미활동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취미생활에서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
“나는 말이야, 경영이나 다른 건 다 자신이 있는데 자식과 골프, 그리고 와인은 영 젬병(형편없다는 말의 속된 표현)이야. 이게 뭔 조화지?”
오래 전 어느 회사의 대표가 내게 넋두리 삼아 한 얘기다. 다른 건 다 자신이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는데 자식은 나이가 들더니 통 말을 안 들어 속상하고, 골프는 조금 되는가 싶으면 곧 곤두박질하고, 와인은 아무리 이름과 특징을 외우려 해도 안 되며 무엇을 골라 마셔야 할지 난감하니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는 얘기다.
“그거 당연한 결과 아닌가요? 셋 다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면 되는데 남하고 비교해 경쟁하고 이기려고 하니 그게 어디 즐길 수 있는 건가요?”
자신의 넋두리 다음에 좋은 대답을 기대하던 대표의 얼굴이 일그러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취미를 즐기기보다는 남에게 보이려고, 남에게 자랑하려고, 남보다 잘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기업체 간부나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애재설계 과정에서 `취미와 삶’이라는 강의를 하다 보면 자신의 취미가 진정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으며 취미생활이라고 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받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이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소위 트렌드에 따라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게 어디 취미인가?
트렌드를 좇아, 다른 이들이 즐기는 것 같으니까 따라 하는 취미생활은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즐기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런 취미들은 지속가능한 취미생활이 될 수 없다. 자신이 한때 취미라고 즐기다가 그만둔 것들을 헤아려 보라.
취미가 진정으로 즐기는 것, 소위 지속발전 가능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무슨 취미를 원칙까지 세우고 지켜가면서 하느냐고? 지당하신 항변이나 그 원칙 자체가 즐기는 것이라면 어떠시겠는가?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특히 인생 후반부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되려면,
첫째, 진정으로 자신이 즐기는 것이 무엇인가부터 살펴야 한다. 논어의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진정으로 즐기는 것 외에는 장사가 없다. 진정으로 즐긴다는 것은 상대와의 비교우위를 따질 필요가 없으며 남의 의식과 평가와는 거리가 먼 나만의 세계이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둘째는 배우자를 고려한 취미여야 한다. 나 혼자 좋다고 그걸 고집하는 취미생활은 독거자만이 가능한 일이며 반려자가 있다면 그와의 관계 소홀을 자초하는 일이다. 나이 들면서는 혼자서도 잘 놀아야 하지만 반려자와도 함께 잘 놀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은 산을 좋아한다고 주구장창 산만을 고집한 친구가 배우자로부터 따돌림 당한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셋째는 돈만 쓰는 취미가 아니라 돈이 되는 취미를 즐겨야 한다. 돈이 되는 취미는 취미가 인생 후반부의 업으로서 활용되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취미를 진정으로 즐기다 보면 그것이 자신의 경쟁력이 된다. 그를 자신만의 세계가 아닌 이웃과 사회로 확대하면 돈이 되는 취미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돈은 성취감과 자존감을 느낄 만큼이면 된다. 이 또한 남의 평가와 경쟁을 필요치 않는 수준임에는 부언이 필요 없겠다.
나는 인생 후반부의 취미로 비치코밍을 통한 발룬티코노미스트(필자주: 봉사활동+경제활동)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즐기면서 돈도 벌고-물론 아내와 함께 즐긴다.
글을 쓰다 보니 남성 편향적 글이 된 듯해 오해를 받을 수 있겠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생후반부의 취미생활에 있어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은 남성, 여성적 관점과는 무관하다.
세 가지 원칙을 따르는 취미생활에는 무엇이 있을까?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나의 진정한 취미가 무엇인가 지금부터 찾아 나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