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폐 질환 환자 사망률 60%···치료할 의사가 없다

코로나19 외 폐 질환 고령층 사망자 4000명 지난해 대비 34% 증가...흉부외과 의사 부족 오는 2025년, 배출 의사 19명·은퇴 의사 33명 "만성 질환 관리 차원, 노인 전문주치의 필요"

2022-07-11     김현우 기자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 어르신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폐렴·폐암 등 국내 80세 이상 폐 질환 노인의 사망률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선 폐렴·폐암 치료 등을 전담하는 흉부외과 전문·전공의 감소에 따른 노인 진료 전문의 부족 사태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11일 여성경제신문이 '코로나19 연령별 사망' 실태를 분석한 결과 나이가 많을수록 사망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80세 이상 노인 사망률이 75세 이하 고령층 대비 약 4배나 높았다. 

정기석 한림의대 호흡기내과 교수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연령별 사망률은 고령층에 속하는 60~69세 11.87%, 70~79세 22.97%, 80세 이상은 60%에 달했다.  

코로나19 연령별 사망률 /자료=한림대,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이 아닌, 일반 폐 질환으로 사망한 사망자도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외 폐 질환 사망자를 뜻하는 '65세 이상 코로나19 초과 사망자 수'는 약 4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대비 34%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정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에 따른 노인 진료 의료 정책이 미흡했다"며 "80세 이상이라는 연령대 자체가 위험인자이긴 하지만, 관련 진료과 의사의 정원이 줄어듦에 따라 대면진료 결여, 응급의료 지연, 중환자실 부족 문제가 겹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흉부외과 전문·전공의 배출↓···은퇴 의사는↑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최근 발표한 '연도별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 현황'을 보면, 지난 2017년 29명이었던 연도별 전문·전공의는 2018년 22명, 2019년 21명, 지난해엔 20명으로 감소세다. 

반면 정년퇴직하는 의사는 올해에만 24명이 예정됐다.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2026년에는 50명이 퇴직하는데, 현재 진료 활동을 하는 현직 전문의는 1535명"이라며 "이 중 60%는 50세 이상 의사"라고 설명했다. 

오는 2025년부터는 은퇴하는 흉부외과 의사가 배출되는 의사 수보다 많아진다. 이때 배출 예정인 의사는 19명, 은퇴 예정 의사는 33명이다. 2030년엔 배출 의사 14명, 은퇴 의사는 52명으로 집계되는 상황이다. 

흉부외과 배출 의사 수 /자료=보건복지부,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이준우 흉부외과학회 연구원은 본지에 "430여 명에 달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10년 이내에 퇴직할 예정"이라며 "2020년 시행된 폐 엽절제술이 7800여 건인데, 의사 수가 감소하면 이 피해는 자연스럽게 환자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우리나라에서 24만 3837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는데, 그중 폐암은 2만 8628건(남자 1만 9524건, 여자 9104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11.7%로 3위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45%, 60대가 28.6%, 80대 이상이 29.2%의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고령층에 몰린 환자에 의료진도 부족해지면서 고령층 사망률은 더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료계 입장이다. 

손기영 가정의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회에서 노인 사망률이 높아지면, 의료 체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학 전문의 도입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만성질환관리 시범 사업 등 복지부 차원에서 산발적 질병을 단위로 노인 진료 시스템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궁극적으로는 노인이 잘 걸릴 수 있는 질병을 통합하는 형태로 노인 주치의 제도 등 도입을 통해 의료 체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