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이야기]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⑪ ‘누구나 환영받는 장소’
오구니 시로 PD『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열한 번째 이야기
“어서오세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 오픈하고 첫 번째 손님들이 들어온 순간 이날을 위해 전력을 다했던 기무라 씨는 ‘이대로는 안돼!’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후에 말해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기획하고 도와준 실행위원도, 지원을 해준 간병 시설 직원들도 직접 식당을 운영해 보았다거나 본격적으로 일을 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들이닥친 손님들 앞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스태프들도 허둥지둥거릴 뿐이다.
초조와 불안이 몰려오는 순간, 기무라 씨의 음성이 들려왔다. “1번 테이블로 안내하세요.” “물을 가져다 드리세요.” 오로지 의지할 데라고는 기무라 씨뿐, 하느님, 부처님, 기무라님.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정신없이 지시를 받아가며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결국 시작되었다.
사실 애초부터 손님맞이 준비를 사전에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누가 이 곳에서 일을 하게 될지 당일 아침까지 확실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와다 씨와 직원들이 치매 어르신들의 당일 컨디션을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령 어떤 분이 참가한다고 결정되어 있어도 “사전에 이것저것 가르쳐 드리고 연습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돌아서면 잊어버리실 테니까, 하하하.” 와다 씨의 말대로였다.
간병 시설분들도 간병이나 지원에 있어서는 프로지만 음식점서비스에 관한 한은 어디까지나 초보다. 결국 몸으로 직접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레스토랑. 기무라 씨의 도움으로 해야 할 일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특히 신경을 썼던 것 중 하나는 서빙을 하는 치매 어르신들의 위생 상태다. 당일 아침 어르신들이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여러분, 우선 손을 깨끗이 씻으세요” 하고 세면대로 안내를 했다.
손톱까지 일일이 씻게 하고 알코올로 소독을 한다. 머리가 긴 분은 깔끔하게 묶어주었다. “자, 이것도 입으세요.” 나누어 준 것은 오늘을 위해 제작한 앞치마. 본인들이 직접 다림질을 해서 입도록 했다.
그날 모든 스태프들은 아침부터 너무 바빠서 지나가는 고양이손이라도 빌려야 했을 정도였기 때문에 자기 앞치마를 자기가 다려서 입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훨씬 일을 덜 수 있었다. 어르신 모두 시설에서 매일 빨래를 하고 다림질도 하고 식사 준비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오히려 우리보다 더 깔끔하게 준비를 마쳤다. 그 모습을 보고 놀라자 시설 직원들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이를 드시는 만큼 요령이 생기거든요. 기억력은 약해져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건 아주 많아요.”
말 그대로다. 실행위원 멤버 중에는 지금껏 치매 환자들을 접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분도 있다. 이렇게 실제로 그것도 눈앞에서 직원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직접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그들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다행이다.’ 물론 여러 가지로 배려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하지만 간병 현장 전문가들이라면 척척 할 수 있는 일도 우리 같은 초보자들로서는 어렵기만 하다.
그렇다면 ‘뭐라도 좀 해 드려야······.’하고 초조해하기보다 계속 대화를 나누다 힘들어 보일 때 도와주면 된다. 깜빡 잊었다거나 실수를 했을 때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고 제안을 해도 좋고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도 괜찮다.
나중에 정 안되면 함께 웃고 즐기기만 해도 좋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점점 손님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데쓰 씨가 주문을 받으러 손님 테이블로 향했다.
“물만두랑 햄버그스테이크 주세요.” “물만두랑······뭐였더라?” “햄버그스테이크요.” “아, 햄버그스테이크. 맞아요. 그럼 음, 물만두랑······?” “네. 햄버그스테이크요.” “하하하. 또 깜빡했네요.” “하하하.”
나는 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른과 아이, 남자와 여자, 장애를 안고 있기도 하고 병을 앓고 있기도 하고, 치매를 갖고 있기도 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맛있게 식사를 하며 함박웃음을 꽃피우고 있었다.
특히 인상에 남았던 것은 미카와 씨 부부의 연주가 시작되자 홀 서빙을 하던 어르신들이 일을 멈추고 의자에 앉아서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그 당당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누구든지 그곳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다소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곳에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오픈 전날 아침 모두가 다짐한 것이 있었다. 일하는 사람도, 손님도, 우리도 ‘하길 잘했다’고 웃으며 돌아갈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자고. 여전히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 위 사연은 오구니 시로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