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 침체 목전···한국은 도시 vs 지방 간 양극화 빨간불

팬데믹 부양 효과 컸던 만큼 크게 하락 유럽 침체 시작 미국도 버티기 어려워 거품 꺼지며 드러난 도시-지방 양극화

2022-07-07     이상헌 기자
매물로 나온 미국의 한 주택 /AP=연합뉴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쌓였던 버블이 한꺼번에 꺼지기 시작하면서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선 도시와 지방 간의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선 주식·채권 시장 패닉 속에서도 자산가치를 지켜온 글로벌 주택시장에 균열이 감지된다. 먼저 호주와 유럽이 스타트를 끊었다. 미국과 영국 부동산도 아직은 오름세를 유지 중이지만 사실상 정점을 찍은 상황이다.

글로벌 부동산 리서치 회사 리얼 캐피탈 애널리틱스(RCA)에 의하면 5월 미국 상업용 부동산지수는 0.9%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로나 팬데믹 후 매도자 우위 시장(seller’s market) 면모를 보이면서, 집값이 일시적으로 붕괴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는 달리 버티기를 이어온 것이다.

미국의 부동산 실물 시장은 증시 침체와 건설·부동산 기업의 주가 하락과는 무관하게 상승세를 이어왔다. 2022년 들어 5개월 동안 부동산(+10.1%), 아파트(+8.0%)가 상승세를 보이며 핵심 상업용 부동산지수(CPPI)가 4.0% 상승했다.

하지만 6월부터 상황이 변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6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가 22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달 28일∼지난 3일 1주일간 모기지 신청 규모는 전주보다 6.5% 줄었다. 이는 4주 연속 감소세다.

미국 현지 김성재 가드너웹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편차가 큰 미국 부동산 시장을 일률적으로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집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징표가 보인다"며 "자산시장 버블의 영향이 컸던 서부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For sale)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영국도 중앙은행 (BOE)이 기준금리를 0.1%→1.25%로 다섯 번에 걸쳐 인상하는 중에도 집값은 계속 상승해온 나라다. 지난 5월 전국 주택가격지수는 536.3으로 전월대비 0.9%(직전 연도 동기 대비 11.1%) 상승했다. 4월 월간 상승 폭이 0.3%로 좁아지기도 했으나 5월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영국의 특징은 집값 거품 붕괴에 정부가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는 점이다. 먼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모두가 집을 가지는 세상"을 구호로 앞세우며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급등한 주택 가격 거품이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식 50년 초장기 모기지를 검토 중에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위적 정책에 실효성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달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9.1%로 미국보다도 높게 나타는 동시에 금리도 상승세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2.3%, 모기지금리는 4.1%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에도 가격 조정이 올 수밖에 없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영국 주택가격 상승률이 미국보다는 낮지만 미국보다 경제 펀더멘털이 부진하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영국의 주택 시장이 불안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6월 호주와 독일을 시작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유동성이 유입된 국가를 중심으로 집값 거품이 빠르게 빠지고 있다. 오른쪽은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 영향을 받아온 홍콩 부동산 침체 상황 비교 그래프. /자료=SK증권, 정리=여성경제신문

벌써 시작된 호주·독일 버블 붕괴
부양 효과 없던 홍콩도 침체 보여
한국선 도시 vs 지방 양극화 전망

반면 글로벌 부동산 침체는 이미 전 세계적 현상이 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세계에서 가장 상승세가 높았던 호주 5대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6월 174.2 (전년도 같은 달 대비 -0.9%)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독일 부동산 금융회사인 하이포포트(Hypoport)에 따르면 5월 주택가격지수는 229.3으로 전월 대비 0.4% 하락했다. 독일 집값이 전월대비 하락한 것은 2020년 5월 이래 2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시진핑 정부의 긴축 기조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유동성 유입이 거의 없었던 홍콩 부동산도 지속적인 약세를 보였다. 4월 홍콩 오피스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0% 하락하고, 오피스 임대료 지수도 전월대비 마이너스 1.4%를 기록했다.

주택가격 약세 현상을 종합하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대규모 양적완화가 진행된 국가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버블 붕괴가 다가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호주의 경우 1~2위 도시인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마이너스 2%대 약세 현상이 보이고 미국도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샌디에고, 애틀랜타, 마이애미, 휴스톤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거품이 꺼지고 있다.

다만 한국에선 버블 붕괴에 따른 도시와 지방 간 양극화 심화 우려가 더해진다. 6월 KB 전국 주택가격지수와 서울 아파트지수는 전월 대비 각각 0.1%씩 상승하는데 그쳤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도시와 지방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한국의 경우엔 지방 부동산은 버블 붕괴가 우려되는 반면 서울 등 도심 지역 집값은 일시적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업계에서도 서울의 집값이 무작정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기우라는 얘기가 나온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공급가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전망"이라며 "이런 가운데 미분양은 지방에 집중될 전망이어서 청약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