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쉰, 여자가 내 몸을 사랑해줘야 할 때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아름다움과 탄력을 위한 운동에서 생존 운동이 된 현실에 공감하다

2022-07-03     김현주 매거진 편집장
나이에 따라 내 몸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진다. / 사진=Derick Mckinney on unsplash

 

4년 전쯤 출간된 『마녀 체력,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이영미, 남해의 봄날)는 ‘운동은 육체는 물론이요, 정신에도 마술 같은 효과’를 벌인다는 것을 한 출판 편집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전하고 있는 책이다.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던 저자는 40세에 고혈압 진단을 받은 후 수영과 달리기를 시작했고, 그 후로 10년동안 운동에 집중하며 철인3종경기를 완주할 정도의 몸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운동으로 얻은 에너지 덕에, 일도 관계도 여유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다가설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를 접한 후 나 역시 한동안 안 하던 근력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40대였다. 

오십 하고도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완경 즈음의 여성은 또 다른 단계에 돌입한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몸에 잠재된 에너지를 끌어올리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내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똑바로 바라보고 인정하며 몸을 돌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홍조, 열감, 불면, 우울 등 생활 속에서 느끼는 증상 외에도 이전까지 정상 범위에 있던 수치들, 이를테면 몸무게, 콜레스테롤, 혈압, 혈당 등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마침 지난 주말 아침 방송된 건강 관련 다큐멘터리(JTBC의 다큐플러스)에서 갱년기 증상으로 일상이 힘들어진 몇몇 여성들의 사례가 등장했다. ‘회춘의 비밀 여성호르몬을 깨워라’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었는데, 40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호르몬 변화에 따라 갱년기 여성들이 겪게 되는 건강상의 문제들을 다루었다.

“갱년기에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줄면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혈액에 노폐물이 쌓이고 혈관이 약해지면서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불러올 수가 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협심증,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을 높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의의 조언이 허투로 들리지 않았다. 

내 경우만 해도 몇 년 전부터 건강검진에서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범위 끝에 머물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결과를 받았고, 여성호르몬 감소로 지방이 늘어나 복부와 팔뚝 등 몸의 라인이 무너졌다. 고혈압과 당뇨 관련 위험수치가 되었다, 간수치가 나빠져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자궁 혹은 유방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받았다는 지인들의 소식도 속속 들려온다. 그럴 나이가 된 것이다. 

 

몸이 어떻게 달라지고 좋아지는지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 사진=Dylan Gillis on unsplash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건 몸의 신호를 인식한 후 운동과 식이요법 등 지속적인 관리로 컨디션을 회복한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고혈압 진단을 받았던 친구는 퇴근 후 2시간씩 한강변을 걸었고, 1년여 후 다시 정상 범위에 들어섰다. 늘 부어 보였던 얼굴과 몸이 생기 있게 변한 건 물론이다. 운동할 시간을 제대로 낼 수 없는 또 다른 친구는 가능할 때마다 출근시간을 2시간여 앞당겨 사무실까지 걸어간다. 이전보다 일을 할 때 에너지가 더 생긴다고 말한다.

얼마 전에 만난 선배는 타바타 운동에 빠졌다고 했다. “근육운동도 필요하고, 유산소운동도 필요한데 시간은 없고, 그럴 때 좋은 것 같아. 고강도로 짧은 시간동안 몸을 움직이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하는 근력유산소 반복 운동인데 집에서 유튜브를 틀어 놓고 30분 정도 하고 나면 몸이 단단해지는 걸 느낄 수 있어. 난 ‘빅씨스(BIGSIS)’라는 유튜버와 함께 하고 있어. 40대 후반의 여성인데 부러울 정도의 에너지가 있더라구.”

100일 프로그램을 따라하며 한 달이 되었다는 선배는 확실히 이전보다 탄탄해 보였다. 체중과 혈압 등의 수치를 꾸준히 관리해 오고 있는 그 선배는 늘 나에게 필요한 건강 팁을 전해준다. ‘요가소년’ 유튜버 홈 요가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렇다면 ‘에일린’ 요가도 함께 해보라고 권해줬고, 아침마다 차를 마시려고 한다는 말에 차명상 프로그램과 다원을 알려주기도 했다. 

아름다운 몸의 라인을 만들거나 일상의 즐거움을 높이기 위해 운동을 하기보다 이제는 ‘생존 운동’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기는 하지만, 내 몸 구석구석을 천천히 바라보고 노력한 만큼의 변화에 감사하게 된 건 이 시기가 되어서야 느낄 수 있는 고마움이다. 주변 지인들과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몸을 돌보게 된 것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