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검찰 인사 '패싱' 논란···총장 공백 길어지는 이유는

인사권 배제, 기수 역전으로 '식물총장' 예상 우상호 "한동훈 멋대로 인사, 민주주의 후퇴"

2022-06-24     이상무 기자
검찰총장 직무대행 체제 중에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 지휘부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23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단행한 첫 검찰 정기 인사에 따른 파장이 거세다. 좌천 당하거나 승진 대상에 오르지 못한 검사들이 사직서를 낸 데 이어 검찰총장 공백 상태에서의 '패싱' 논란도 일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성필 대검 과학수사부장(사법연수원 28기)은 전날 법무부에 사직서를 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22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지 하루만에 그만둔 것이다.

최 수사부장은 과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근무 때 이성윤 당시 지검장과 함께 한동훈 장관의 '채널A 사건' 무혐의 처분을 막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전 정권과 친한 인사로 분류되는 신성식 광주고검 차장검사(27기)와 고경순 춘천지검장(28기), 이종근 대구고검 차장검사(28기) 등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받았다.

반면 특수통인 신봉수, 신응석 서울고검 검사는 각각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의정부지검장으로 승진했다.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도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장에 발탁됐다.

법무부는 실력과 공정을 기준으로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시절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요직에 오른 것이다.

또한 법무부는 총장 직무대리인 이원석 대검 차장과 인사안을 협의했다는 입장이지만, 직무대행 체제가 기약없이 길어지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총장 공석이 47일째 이어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도 시작하지 않는 등 새 검찰총장을 임명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내달 초 부임하는 중간간부 인사 역시 '2차 패싱' 우려에도 다음 주 초쯤 발표를 강행할 예정이다. 결국 새 검찰총장은 누가 부임하더라도 인사권이 배제된 채 직무를 시작해 '식물총장'이라는 타이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차기 총장 인선 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동훈 장관이 이미 윤석열 사단으로 다 짜놓은 판이기 때문에 입지가 줄어든 총장직을 선뜻 맡으려는 인물이 없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총장 인선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어 의문이다. '소통령' 한 장관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 총장이 되면 기세에 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수 역전 현상도 예상된다. 현재 총장 후보군에 오르는 여환섭 법무연수원장(24기), 이두봉 대전고검장(25기), 노정연 부산고검장(25기) 모두 한 장관(27기) 보다 연수원 선배다. 검찰 기수문화는 기수가 같거나 낮은 ‘상급자’가 생기면 ‘줄사표’를 내는 특성이 있다.

검찰 출신 장관으로 기수 역전이 이뤄진 전례는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이귀남(12기) 장관과 김준규(11기) 총장, 박근혜 정부의 김현웅 장관(16기)과 김진태 총장(14기)이다. 하지만 현재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측근인 동시에, 차기 대권 주자 물망에 오를 정도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막강한 정권 실세인 상황이다.

결국 총장 내정에 응하는 사람이 없을 경우, 대통령실에선 한 장관과 연수원 동기인 이원석 총장 직무대행을 총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워크숍에서 "한 장관이 지금 멋대로 인사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검찰총장 때 (본인이) 비판한 일"이라며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2020년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와 갈등을 빚으며 검찰 인사에 총장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정감사에 나와 "다 식물총장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인사권도 하나 없고 완전히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법무부 장관의 인사를 반대한 것이 윤 대통령 자신이면서 책임장관에 인사권을 대폭 부여했다니 이것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라며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검찰을 정권 하수인으로 만들어봤자 윤석열 정권의 권력 사유화는 가리지 못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