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충격에 하락세 타던 국제유가‧‧‧결국 상승세 전환
6% 폭락 맞이했던 WTI 비롯해 Brent‧Dubai 재상승세 전문가 “공급 부족 해결‧수요 감소돼야 하락 국면 전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전 거래일 대비 최대 6%까지 하락했던 국제유가가 21일 상승세로 재전환됐다. 전문가들은 석유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유가 하락 추세 가능성은 적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1.09달러 상승한 110.65달러에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Brent)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0.52달러 상승한 114.65달러에, 중동산 두바이(Dubai)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3.36달러 상승한 111.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7일 폭락했던 유가 상황과 대조된다. 이날 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6% 하락하며 지난주 9.2% 급락했다. 7주 연속 이어져온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브렌트유는 4.7% 하락하면서 지난주 7.3% 하락, 4주간의 상승세를 무너뜨렸다.
석유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지속적인 유가 하락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이번과 같은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이 유가 등락에 잠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고유가를 해소할 국제적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한 어렵다는 것이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주 유가 하락에 대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투자 심리 위축에 따라 위험자산인 원유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 출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석유수요 위축 예상, 미국의 사우디 방문에 따른 공급 확대 기대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유가 하락을 경기둔화의 신호로 볼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수요 둔화를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이란 핵협상 난항 등 공급 측면의 유가 상승요인도 여전히 남아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국제유가 등락은 석유 수급 요인과 지정학적인 요인, 환율‧금리 등 금융적인 요인에 의해 변동된다”면서 “국제유가 등락을 예견한다는 것은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푼다는 것인데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체 산업에 ‘흡수된’ 석유‧‧‧물가 폭등에도 영향
유가 상승은 1차적으로 전기‧가스‧연료유 등 에너지비용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이 같은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석유가 쓰이기 때문이다. 또 석유화학 관련 제품 또는 이 석유화학 관련제품을 다시 중간재로 투입하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재료비도 상승하게 된다. 두 가지 가격 상승은 국내 산업의 제조원가 인상을 가져온다.
이어 재료비 인상은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킨다. 생산비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시키지 못하고 흡수할 경우 매출액의 경상이익률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KIET)이 분석한 10개 업종 가운데 생산비 증가분을 제품가격에 전가시킬 수 없는 업종은 조선 및 자동차산업으로 나타났다. 가전, 통신기기, 컴퓨터, 반도체 등의 업종도 가격전가가 미미한 수준으로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밖에 없다.
반면 섬유, 철강 및 일반기계산업에서는 20~30% 정도의 가격전가가 가능했다. 원유를 주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산업에서는 약 80% 정도의 가격전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유가상승은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킨다.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에 반영된 것이다. 반대의 경우에도 영향을 끼친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특히 공급 측면에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국제유가가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면서 “100달러 선 밑까지 떨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가 상승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로 전 산업 분야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