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파티는 끝났다"···"99%는 사라질 것" 극단론도
[장세곤의 코인포커스] 테라·루나 사태로 추락한 신뢰 결정타 거품 꺼지면서 활용성 없는 코인 퇴출 본격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 필요 예상
세계 경제에 겨울이 찾아왔다. 물가 급등, 금리 인상, 경기 침체 흐름과 부동산·주식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이 '탈출'하면서 모든 자산의 거품이 일제히 꺼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상자산 시장의 하락폭은 더 크게 나타났다. '루나 사태'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22일 오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8950억 달러(한화 1154조원)로 떨어졌다.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11월 2조 9680억 달러(한화 3826조원)에서 7개월 만에 약 70%인 2조 달러가 증발했다.
비트코인은 22일 오후 2만 800달러대까지 하락해 사흘 동안 20% 넘게 떨어졌다, 이더리움은 셀시우스 청산 가능성 제기와 스테이킹 파생상품의 연이은 실패로 인해 30% 가까이 폭락했다.
한편 이번 폭락세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하락장을 끝으로 비트코인의 반감기 싸이클이 재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왔다. 그 이유는 바로 비트코인의 반감기 싸이클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작업증명(POW)' 방식으로 채굴기를 돌려 보상을 받는다. 반감기 싸이클은 4년마다 비트코인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의미한다.
시장에선 반감기 싸이클이 2100만개로 제한된 비트코인 발행량 제한과 함께 희소성을 높이는 장치로 작용했다. 하지만 반감기 싸이클조차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란 게 많은 전문가의 전망이다.
패닉 셀 현상이 나타나며 99%가 넘는 암호화폐가 사라질 거란 예상까지 나왔다. 블록체인 결제회사 리플(XRP)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2만여 개의 암호화폐 중 미래에는 수십 개만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플랫폼 웹3파운데이션의 베르트랑 페레스 CEO도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은 2000년의 닷컴 버블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당시처럼 소수의 쓸모 있는 암호화폐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의 시초인 비트코인은 지급결제 수단으로 탄생했지만,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가 생겨나 다양한 기술개발을 통해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기술력이 아닌 투자자산으로만 취급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살아남을 암호화폐는 어떤 게 될까?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본래의 기능인 지급결제 기능에 주목했다. 향후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암호화폐만 남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로퍼시픽캐피털 수석 경제학자 피터 시프는 "코로나19로 인해 메타버스 활용도가 급격하게 높아졌다"라며 "빠른 시일 내에 게임뿐 아니라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와 연결되어 다양한 시도가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게임이나 거래에서 활용되는 지급결제 수단은 암호화폐가 대표적이다. 피터 시프는 "용도가 없는 암호화폐는 사라진다"며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기까진 여전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어 암호화폐와 같은 투기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K-코인이라고 불리는 테라USD와 루나의 동반 폭락, 최근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와 바벨 파이낸스의 인출 중단 선언 등도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악재로 작용했다.
21일 블록비츠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FTX.US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렛 해리슨이 자신의 트위터에 "암호화폐 시장이 더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며 시장의 반등을 자극할 3가지 요소를 게시했다.
1. 미국 규제기관의 명확한 감독
2. 강력한 암호화폐 옵션·선물 시장
3. 미국 현물 비트코인ETF 승인
브렛 해리슨은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과 기타 디지털 자산 제공업체의 규제 명확성은 기관투자가들이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자산에 베팅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갖게 할 것"이라며 "보다 강력한 암호화폐 옵션·선물 시장도 기관 자본을 유치해 자본 공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효과적인 헤징으로 변동성을 완화하고, 기업이 쉽게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말과 함께 승인 신청을 거절한 상태다. 암호화폐 시장이 기력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