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정민 "경단녀 원인은 육아···사회가 품앗이로 아이 키워야"

"7세까지 집중된 '시한부 돌봄 정책' 개선 필요" 여성경제활동법 시행 경력 단절 '예방' 중요해 ESG 경영 소기업 경력 단절 해소에 도움될 것  

2022-06-20     오수진 기자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방안에 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20년 전 제가 아이 둘을 낳았을 때 결혼을 한 여성은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는 분위기였어요. 주 6일제에 일도 많이 하는 문화라서 육아휴직은 유명무실했죠. 첫째를 낳고 회사로 돌아왔을 때 '왜 왔지' 하는 분위기였어요. 모유 수유를 해야 해서 유축할 장소가 필요했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화장실에서 하기도 했어요. 20여 분의 짧은 시간이었는데 업무시간에 논다는 핀잔도 들었죠. 결국 2주일 만에 그만뒀어요."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처음 '일하는 엄마'가 됐던 2004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2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일하고 싶은' 엄마의 사회 복귀는 만만찮다. 지난 8일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여성경제활동법)이 2008년 시행 이후 13년 만에 전면 개정되고 본격 시행됐는데,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 설계 등이 이전보다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경력단절의 벽을 넘고 다시 사회로 나오기까지 9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홍정민 의원.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홍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개정된 법안은 기존 임신·육아 등으로 경력단절이 있던 것에서 '근로조건'을 포함해 한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여성의 경력단절 사유로 임신과 육아가 1순위로 꼽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저는 육아를 하면서 재취업이 어렵다고 느끼자 전문자격증 준비를 생각했어요. 하지만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하루 2시간밖에 못 잤고, 몸무게는 37㎏까지 빠지고, 머리도 다 빠졌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의 노력을 해야만 사회나 내가 만족스러울 만한 직업을 갖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저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안할 거에요."

홍 의원은 과거 경험을 묻자 손사래를 치면서 웃었다. 그는 2003년 첫째 아이를 낳고 직장에 복귀했지만 2주일 만에 사직서를 냈다. 둘째 아이를 키우던 중 2008년 하루 2시간의 쪽잠을 자면서 사법고시를 준비해 경력단절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홍 의원은 인터뷰 중간중간 20여 년 전 자신의 경험을 꺼내며 '일하고 싶은' 여성이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으로 다시 근로 환경에 들어서기 위해선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 물음표를 던졌다.

지금은 홍 의원이 아이를 키웠던 당시보다 상황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숙제다. 홍 의원은 "저는 '운이 좋아' 사회 복귀를 했지만 여성이 경력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이 전제가 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이 다시 사회에 나가고 싶을 때 취업하려고 해도 이전의 경력을 다시 쓸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유연근무제와 육아휴직 기간을 확대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눠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육아휴직을 남성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여성이 반드시 직장을 그만두지 않더라도 (여성의 경제활동에) '연결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의 생애 주기별 근로조건을 우리 사회가 배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육아기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을 보여주는 'M자 곡선'이 과거에 비해 완만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비 여성·남성 간 경제활동참여율 격차가 크다. M자 곡선은 20대에 취업 후 결혼과 육아 등으로 근로 현장을 떠났다 40대에 다시 취업하는 여성의 취업률 곡선을 말한다.

홍정민 의원은 정부의 돌봄정책이 영·유아에만 집중되고 있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초등 돌봄 공백 개선 등 학령기 아동의 방과후 돌봄 참여율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 장세곤 기자

"영·유아에 집중된 정부 돌봄정책 아쉬워"

홍 의원은 정부의 돌봄정책이 영·유아에만 집중되고 있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초등 돌봄 공백 개선 등 학령기 아동의 방과후 돌봄 참여율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제가 아이를 키웠던 20년 전과 비교하면 직장어린이집 등 아이를 맡길 만한 인프라가 많이 구축돼 7세까지는 단계적으로 많이 개선됐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도 "7세까지만 지원하는 '시한부 정책'이라면 여성들은 아이를 낳으면 언젠가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도 오전 11시 또는 오후 1시면 집으로 돌아오기에 맞벌이 부부의 경우 '돌봄 공백'의 고충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종일제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이른바 '학원 돌려막기'로 부모의 퇴근 시간까지 버티게 하더라도 엄마의 책임감과 죄책감 때문에 이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홍 의원의 의견이다.

홍 의원은 "친정이나 시부모가 아이를 돌봐줄 상황이 안되면 종일제 시터(돌봄 아르바이트)나 학원을 보내야 하는데 아이의 성격에 따라 학원을 보내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며 "넉넉히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공적) 돌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한국 초등학생의 공적 돌봄 이용률은 2019년 14.1%인 반면, 복지 선진국으로 꼽히는 덴마크는 만 6~11세 방과 후 돌봄 참여율이 66.1%(OECD 가족 데이터베이스)에 이른다. 덴마크는 2007년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보육, 방과 후 활동에 관한 법을 제정해 지방 정부가 특수 아동을 포함한 아동 지원과 행정 체계를 구성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지자체는 물론 사립과 민간이 함께 방과 후 돌봄 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해외에서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다양한 방과 후 돌봄 교실을 평균 만 12세까지 운영하는데, 그에 비해 우리나라 돌봄 서비스는 법적 근거가 부재한 실정이다. 

홍정민 의원은 대기업과 달리 열악한 근로 환경에 있는 중소기업 여성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대기업의 ESG 상생 방안이 소비자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으로 확대되는 것도 해결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곤 기자

"ESG 상생 경영, 중소기업에도 확대한다면"

홍 의원은 대기업과 달리 열악한 근로 환경에 있는 중소기업 여성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대기업의 ESG 상생 방안이 소비자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으로 확대되는 것도 해결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복지 환경을 점차 정착해 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난에 시달려 쉽지 않다"며 "이 부분은 기업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 중소기업들을 묶어 (돌봄) 공간을 조성한다거나 지자체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사회공헌 방안이 지금은 소비자를 대상으로만 되고 있는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여러 복지 혜택을 나누는 방식을 고민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홍 의원이 인터뷰 내내 언급한 내용들은 최근 여성경제활동법 개정으로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완전 이탈하지 않고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예방을 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홍 의원은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키운다'고 하지 않나. 사회가 서로 품앗이로 돌아가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예방에도 관심을 많이 갖는 제도가 정착이 된다면 여성이 인생의 바이오리듬(해석, 생애주기)별 경력 설계와 고용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