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연일 '광폭 행보'에… 제2부속실? 與 내부도 이견
비선 비판에도 與중진 부인 오찬, 이순자 예방 “지인 채용 양해 가능” vs “부서·직급 밝히라” 尹 대통령 지지율 전주 대비 4%p 하락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개 행보가 잇따르자 정치권에서 공적 활동 지원의 타당성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 여사 사진이 팬클럽을 통한 비공식 유출, 봉하마을에 동행한 지인 비서실 채용 등이 문제 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영부인이 정책을 할 건 아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보다는 영부인을 잘 알고 보좌할 수 있는 인물들 몇몇 정도는 채용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며 “영부인을 모시는 데 있어서 일정 정도 그런 친분이 도움이 된다면 그 부분은 양해가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영부인의 안전 등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공적인 부분에서 관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이 부분은 언급하는 순간 ‘제2부속실 부활이냐’ 몰아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김용태 최고위원은 제2부속실 설치 검토를 촉구했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곧바로 기자들과 만나 “공약 파기이기 때문에 가급적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제2부속실을 부활시키지 않더라도 대통령 부인의 공적 활동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아예 제2부속실을 설치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정권 초기에 대통령도 아니고 윤핵관도 아닌데 이렇게 대통령 부인이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던 게 내 기억으로는 없었던 거 같다"며 "목적이 집중 조명이었으면 성공했다. 축하드린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친한 지인들과 나들이하듯이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게 되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게 맞는다. 이건 국격의 문제"라며 "그냥 공약을 파기한 거에 대해 깔끔하게 국민에게 사과하고 제2부속실이 아니라도 공식·정당·정식 공조직을 만들라"고 꼬집었다.
고민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봉하행을 수행한 이들을 ‘대통령실 직원’이라고 밝혔다”며 “어떤 부서, 어떤 직급의 직원인지, 임명 날짜와 함께 밝혀달라. 조사가 필요해 시일이 걸리는 사안도, 보안을 필요로 하는 극비사항도 아니니 즉시 답변해 주길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논란 속에도 김 여사는 대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광폭 행보에 대한 비판을 알면서도 강행하고, 윤 대통령은 제지 못하는 형국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여사는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극장과 빵집을 찾아 화제에 올랐고, 이날도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 등 130명이 모인 오찬에 참석해 영부인의 모습을 과시했다. 전날엔 대통령실 부속실 직원 한 명과 경호 인력을 대동해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를 만났다.
김 여사는 또한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부인 11명을 14일 불러 서울 용산 컨벤션센터에서 오찬을 열기도 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 등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의원 부인들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대통령 시계를 선물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한 질문에 “오늘 일정도 역대 대통령 부부가 다 참석했다고 하니까 하는 것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15일에는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 비공식 행사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라며 난색을 표했다.
김 여사의 행보가 이어지는 동안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내려갔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49%가 긍정 평가했다. 이는 지난주의 53%에서 4% 포인트가 줄어든 수치다. 부정 평가는 지난주 33%에서 38%로 5% 포인트 상승했다.
부정 평가의 이유로는 인사문제(21%), 직무태도(11%), 집무실 이전(9%), 무능, 독단, 경제 무관심(이상 6%) 등이었다. 직무 태도는 김 여사와의 사적 활동보다 민생·안보를 더 챙겨야 한다는 비판이 반영된 항목으로 이번에 새롭게 등장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조사 개요는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평론가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율 4%p 하락에 직무태도가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오차범위 내라서 영향은 크지 않다"며 "다만 김 여사가 이순자 씨를 만난 것은 통합 측면에서 잘못된 행보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봉하마을 방문에 지인을 동행한 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언론이 논란을 키우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영부인에 공적 지원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메시지 관리 등을 제대로 해 줄 전문가들을 포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