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시행령 통제' 국회법 발의에… 법조계도 "위헌 소지"
조응천 대표 발의… 국회 '행정입법 수정 요구권' 尹대통령 "위헌소지"…국민의힘 "정부완박"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부의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실상 ‘정부완박(정부권한 완전 박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정국은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조응천 의원이 대표 발의를 했으며 강준현·김영진·김종민 등 13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서명했다. 개정안은 행정명령이 법률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수정·변경 요청을 받은 중앙행정기관장은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조 의원을 포함한 14명의 공동발의자는 제안 이유에 대해 “국회는 입법권을 가진 헌법기관으로서 행정입법의 내용을 통제할 의무가 있다”며 “(개정안을 통해) 국회의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170석의 민주당 협조 없이는 시행령을 임의로 바꿀 수 없다. 즉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을 바꿔 검찰 수사권을 넓히려고 하거나 인사 관련 권한을 늘리려고 할 때 관련 상임위가 제동을 걸 수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부를 흔들려는 목적이라며 반발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기어코 ‘정부완박법안’을 발의했다”며 “절대다수 의석으로 입법부를 장악한 데 이어 행정부를 좌지우지하고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은 ‘검수완박’의 완성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범죄가 포괄적일수록 민주당 ‘방탄조끼’는 얇아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지난 2015년 5월 유승민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주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정부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2015년 이 법과 거의 유사한 ‘유승민 국회법 개정 파동’ 당시 권성동 의원도 이 법에 찬성했고,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지지하고 옹호했다”며 권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15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추진할 때 지지한 것에 대해 “이후 논란이 벌어져서 법률 전문가, 법제처 관계자와 토론하니 위헌적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해 당시 이미 제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전날(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시행령에 대해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소지가 많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등 민주당이 이번 법안을 당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할 경우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안의 예민함을 인식한 듯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입법 취지와 다른 시행령이 만들어질 때 견제하거나 의견을 낼 수 있는 절차의 문제”라면서도 “당론 채택 여부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이번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개인 의원이 발의한 것 아닌가”라면서 “왜 당론 여부에 대해 계속 질문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전문가는 국회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소정 법률사무소 대표 김소정 변호사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사전적 통제기관 뿐 아니라 사후적 통제기관이 되겠다는 시도이자 삼권분립의 정신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는 수권법률을 제정함으로써 행정입법의 근거와 통제수단을 동시에 마련하는 사전적 통제기관이고, 헌법재판소는 이미 발효한 수권법률의 헌법적 타당성을 심사함으로써 국회와 행정부를 동시에 통제하는 사후적 통제기관”이라며 “이는 헌법에서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회의 정치기관으로서의 성격이 입법적·사전적 통제의 장애로 작용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규범적·사후적 통제로 보완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입법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의회 독재 조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