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월세 대란 불보듯 뻔한데···국토부는 좌시 중

수억원 오른 전세부담에 밀려나는 세입자 서울시 계약갱신 만료 세입자 7만명 추산 대통령 시행령 개정만으론 효과 없을 듯 전문가들 "임대차법 폐기가 가장 빠른 길"

2022-06-13     이상헌 기자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의 한 아파트는 같은 평형인데도 전세 가격이 이중 구조다. 같은 84㎡(34평)의 전세 매물인데도 임대차 보호법을 적용받는 곳은 5억원, 다른 나머지는 8억~9억원에 거래된다. 일부 세입자의 경우 3억원의 추가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다가구 주택이나 지방으로 밀려나가는 현실이다.

임대차 3법 부작용으로 전월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가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소극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13일 주택시장 등에 따르면 월세 수요가 사상 처음으로 전세를 추월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등록된 5월 임대차계약 34만 9073건 중 월세거래는 20만 1621건으로 전체 임대차계약의 57.8%를 차지했다. 전세 세입자들의 월세 갈아타기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뿐 아니라 KB국민은행이 최근 집계한 전세가격전망지수는 100.7을 기록했다. 부동산중개업자를 대상으로 조사·발표하는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전셋값 상승을 전망하는 비관론자가 많다는 뜻이다.

전세 대출 이자를 내느니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무주택자가 늘어난 가운데, 잠실 5단지 등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이주자도 전세시장의 수요자로 꾸준히 보태지고 있다. 또 여기에 계약갱신청구 기간이 끝난 서민들이 8월부터 밀려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8월부터 내년 7월 사이 갱신권이 만료되는 임차인은 약 7만 1000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2020년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억6000만원 정도 올랐다. 세입자들은 1억원이나 오른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높은 은행 문턱을 넘어 대출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형편이다. 차라리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하겠다는 결론을 내리는 임차인이 급증하는 이유다.

지난 5월 은행들의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상단이 대부분 5%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약 3.6~4.6%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은 서울 기준 3.2% 수준이다. /자료=은행연합회, 정리=여성경제신문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가운데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년간 전세금을 올릴 수 없었던 집주인들이 향후 상승 예측분까지 포함해 더 비싸게 내놓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과도한 세입자 보호책으로 오히려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 간 불평등이 더욱 확대됐다"며 "해당법으로 전셋값 폭등은 매매가 상승을 부추겨 부동산 시장 전반의 불안을 증폭시킬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는 뾰족한 처방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8월 전월세 대란 가능성에 대해 원희룡 장관은 "실제로 분석해보니 그렇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면서 "모니터링을 통해 불안 요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토부는 그러면서 "대통령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실거주 의무(최장 5년)를 완화해 임대차 매물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지만 지방이나 다가구주택으로 밀려나는 서민들의 고충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센티브 없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폐지하는 것 말곤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임대차법 정비와 함께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보완해서 장기 임대시 양도세를 파격적으로 완화 또는 면제하는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제는 이같은 전월세 문제가 올해 내내 진행될 전망이란 점이다. 김 연구위원은 "매매 시장은 아마 크게 변동성이 없을 것 같지만, 전월세 시장은 아마 최악일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도 주택시장에 대규모 물량이 나와야 해결될 수밖에 없는데, 서울과 수도권엔 신규 입주 물량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열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을 보면 서울이 2만 1100호로 전년 대비 34.5% 감소한 가운데 수도권은 17.1만호로 5.0%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며 "입주물량 감소 시 전세가격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